여러 부재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작가 2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연석산미술관(관장 박인현) 기획초대전 '한지, 그리고 비움과 채움-권구연, 이경남 2인전‘을 3월 5일까지 제 1. 2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권구연, 이경남 작가는 한지라는 물성의 특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한지조형작품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그들의 작품 특성상 누구나 알아 볼 수 있는 구체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미 한지로서 각자의 독자적 조형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한지라는 공통된 재료를 활용하지만 한지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름으로서 다양한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제공한다.

권구연 작가는 한지를 잘게 자르거나 찢은 다음, 풀이 섞인 물에 풀어 한올 한올 붙여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질박하고 토속적인 느낌을 자아냄으로서 우리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가 느껴온 여성의 불완전한 지위를 직접 나타내기도 하고, 대신하여 목소리 내어 줄 수 있는 어떠한 존재로서의 역할을 맡기기도 하며, 또한 작품을 이루어가는 과정의 행위에서 위로를 받거나 작품을 통한 소통과 관계의 정립을 시도하기도 한다.

권구연은 “한지가 찢겨지고 구겨지고 잘려도 가지고 있는 기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질적인 이유로 사회의 암묵적 계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중적인 나를 본질로 돌아가기 위하여 반복적인 씻김을 하듯이 한지의 물(物)은 계속 나의 비워두기를 위한 노력을 위로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비움 아트’ 이경남 작가는 손으로 한지를 다양한 형태로 접은 뒤, 오로지 가위를 이용하여 빈 종이를 자른 다음 그것을 펼쳐 평면 위에 중첩하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서로 다른 작품을 중첩하여 화면의 구성을 색다르게 꾀하였고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형상들은 일률적이면서 마치 세련된 기하학적 도안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품 속 형상들은 조건 없는 기쁨과 상(像)이 없는 평면에서 나타나는 상(像) 속에 내포된 숨은 질서를 담아내고 있으며, 또한 가볍고 곧 구겨질 듯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와 같은 한지조형 작품을 통해 형태를 버린 비움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

이경남 작가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비워진 마음, 지극히 단순함으로부터 작품은 스스로 나왔다”며 “침묵 속의 텅빈 열린 의식이 내게 선물처럼 보여준 창조 이면의 숨겨진 질서 그리고 생명의 기하학적 구조가 내재 된 작품과 과정을 조림스레 ‘비움 아트’라고 이름하고 그 근원적 의미를 새기고자 했다”고 밝혔다.

제 1전시실 평면작품 22점, 제 2전시실 평면작품 5점과 설치작품 1점이 전시돼 있다.

설휴정 큐레이터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는 2월을 맞이하며 평범한 일상의 부재 속에서도 한지를 통해 끊임없이 존재의 의미를 탐구해 오고 있는 이 두 작가의 다양한 한지조형작품에 초대했다”며 “부드럽고 친근한 한지의 세계를 통해 평안한 위안의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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