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한국농어촌공사 순창지사장   

지난 설 명절에는 랜선 세배, 비대면 명절 선물 등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달라진 연휴 풍경을 맞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생활의 여파로 산업화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산업들의 근간이 흔들렸다. 비대면 산업은 정책적, 산업적 투자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식품, 물류, 교육, 문화사업 등 우리 생활에 밀착된 거의 모든 산업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미래는 농어촌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선진국 대형마트의 텅 빈 진열대 사진을 보면서 국제 농산물 시장의 불안을 겪은 국민들은 사재기를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식량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 인터넷 주문과 배달로 우리의 식생활을 언택트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식량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쌀, 채소, 과일이 우리 집 문 앞까지 배달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은 대규모 감염병을 피해 저밀도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건강한 생활공간으로서의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20년 농업?농촌 국민의식조사(’21.1)」에서 도시 거주자에게 은퇴 후 여건이 될 때 귀농?귀촌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41.4%가 ‘있다’라고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한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고용불안, 높은 주거비용 등의 요인 등으로 인해 도시민 10명 가운데 4명이 은퇴 후 귀농?귀촌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팬데믹 상황은 우리에게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갖추라는 지구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영국 연구팀은 코로나19를 일으킨 직접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생의 변화 때문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한편 택배, 배달 등 언택트 소비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 증가, 매일 버려지는 마스크 1,200만장 등이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지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어촌의 가치는 농산물 생산과 농어촌 경제 발전 등 ‘경제적 가치’에서 국민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 환경 및 자연 경관의 보전, 생태계의 보전 등 ‘공익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뉴노멀 시대와 농어업?농어촌의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0년 12월 ‘KRC 농어촌 뉴딜 전략’을 발표했다. 공사는 본연의 업무와 함께 융복합적 기능 수행을 통한 선순환적 발전을 견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KRC 농어촌 뉴딜 전략은 공사의 4대 주요사업과 2대 융복합사업을 통한 성과 창출 전략으로 농어촌 스마트, 안전영농환경 구축, 그린경제 전환, 상생협력 플랫폼 활성화를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KRC 농어촌 뉴딜 전략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스마트한 농어업 생산기반 조성을 위해 스마트 농업 확대, 기후 안전 인프라 구축, 범용농지 확충 등을 수행해 농업 생산력을 늘려 국가 식량안보 강화 및 농어가 소득 증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둘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물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깨끗한 농업용수 공급과 재난재해 대응 강화를 추진한다. 셋째, 농지은행사업을 통해 고령농업인의 안전한 농업경영 마무리, 농촌으로의 청년층 지속유입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한 농지지원체계를 강화한다. 넷째, 농어촌 생활SOC사업 추진으로 자연과 생활편의, 안전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농어촌을 디자인하고, 비대면 농어촌 관광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공동체 중심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 다섯째, 지역민과 함께하는 농어촌 그린에너지 확산을 위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염해간척지, 유휴수면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확충하고 그 수익을 지역민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가 직면할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어촌도 현재의 자리에서 한 발 벗어나 변화를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세계에서 만날 농어촌?농어업이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을지 그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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