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 전 전북대 총장

최근 우리 전북 출신 여자배구 국가대표인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소속 구단측은 두 선수를 무기한 출장 정지시켰고,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의 폭력을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등교일 수가 줄어든 만큼 학교폭력이 1.6%에서 0.9%로 0.7% 감소했다. 그러나 ‘사이버폭력’은 8.9%에서 12.3%로 3.4%, ‘집단따돌림’은 23.2%에서 26.0%로 2.8%가 오히려 증가했다. 비대면 폭력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양상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학교생활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공부만을 강요하고 성적만을 우선시하는 풍토에서 낙오된 학생들의불만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흔들리는 가정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 가난으로 인해 상대적 빈곤을 겪는 아이들의 분노가 폭력으로 분출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사회 문화적 환경 때문이다. 폭력을 부추기는 컴퓨터게임이나 영화, TV드라마 등은 폭력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폭력이 줄어들기 어렵다.

학교폭력을 줄이려면 먼저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각자의 자질과 잠재력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의 교육방식으로는 아이들 모두를 승리자로 만들 수 없다.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천 개의 교육으로 나가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4차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양성과도 맞아떨어진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맘껏 능력을 발휘하게 하면 그만큼 아이들 개개인이 열패감을 느끼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포용할 수 있다.

둘째, 아이들에 대한 학교의 심리적 안전망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 무상교육만이 복지가 아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는 돈보다 사랑이 더 필요하다. 부모의 결별 등으로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1년 교육부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연결해 자기 자녀와 함께 돌보게 하는 사업인 ‘우리아이 함께 키우기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그 사업은 참여했던 아이들이나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았지만 아쉽게도 형평성 논란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셋째, 아이들을 폭력문화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모두가 나서야 가능하다. IT기술은 꿈을 현실화시켰지만 그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가볍게 만들었다. 증강현실 게임으로 폭력을 경험한 아이는 현실에서도 폭력을 행사할 우려가 크다고 한다. 가상과 실제의 혼돈, 영화나 TV드라마에서 폭력의 미화 등 감각적 문화산업에 노출되어 있으면 폭력에 물들기 쉽다. 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들이 국가대표 선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게 폭력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 다가올 새학기에는 우리 아이들 모두 학교폭력 걱정 없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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