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빈 지방의정활동연구소장

고향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나이 들고 아프면 도시에 살아야 한단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살아야 더 장수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젊은 나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이야기이지만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고 지역 사정을 알아가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되었다. 

다름 아닌 의료시스템 붕괴가 불러온 괴이한 현상이다. 도의원 시절 지역에 다니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생각난다. 다름 아닌 전주 시내에 위치한 종합병원 앞에 직행버스를 정차하게 해달라는 민원이다. 이유는 지역에 정형외과가 없으니 정형외과를 방문하기 위함이다.

어르신들의 경우 뼈가 약해져 골절상이 매우 많고 고관절 수술, 협착증 등 뼈와 관련된 전문의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당장에 지역에 병원을 설립할 수도 없는 현실과 병원을 설립한다 해도 의료진이 그 시골로 와 줄리 만무하다. 지역의료원 원장을 채용하고자 공고를 내도 채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험도 있다. 이처럼 의료공백은 지방소멸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의사의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천명당 2.4명에 불과하다. OECD평균 의사의 수는 3.4명이며 의료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4.3명, 스웨덴은 4.1명이다.

국내 지역의사의 수를 세부적으로 보면 서울 3.1명, 대구 2.4명, 전북 2명, 강원 1.8명, 충북 1.6명, 경북1.4명 등이다. 국내 지역별 의사의 수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도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정부도 의료취약지의 의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지만 성과가 미미했다. 1977년에 시도한 ‘공중보건장학의사제도’는 학비를 상환하고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등 의무이행률이 낮아 1996년 중단하게 되었고, 김영삼 정부시절에는 지역 균형발전과 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전국에 의과대학을 신설하였으나 지역에서 양성된 의료인력이 대도시로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현재 공중보건의사제도를 실시 중이나 의전원체제, 여성의사의 증가 등으로 공중보건의사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중보건의사는 지난 10년간 1,630명 감소, 의과공보의도 6년간 244명 감소(2014년3,793명→2019년3,549명)했다.

이러한 기존 제도를 시행했지만 실패함으로 더이상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형식으로는 공공의료인력 확보에 실패 가능성이 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공의료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의대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지역별 의료수준 격차 심화문제, 공중보건 의사에 의존하는 의료취약지 보건의료체계의 한계에 대한 문제와 감염·외상·분만 등 필수의료에 해당하나 수익성이 낮아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공공의료 분야에 대한 확충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공보건 의료 비율은 OECD회원국 중 최하위로서 필수의료의 원활한 공급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어 더욱 필요하다 하겠다.

또 공공보건의료기관(국립대병원, 중앙·지방의료원, 보건(지)소 등)에 종사하는 의사 비율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의사수의 약11% 수준에 불과하며, 인구 천 명당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정원은 대도시와 지방 간 차이가 크지 않은데 비해 인구대비 활동의사 수는 대도시와 지방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남으로 공공의료 인력의 양성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국가가 직접 공공보건 의료분야에 종사할 의료 인력을 양성하여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배치함으로써 공공보건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결정했다.

국립대학법인으로 대학원대학(의전원)을 설립하고, 졸업한 의사의 의무복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학비 지원 및 10년 의무복무, 의무복무 미이행시 면허취소 및 재교부 금지 규정을 담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나 정치권과 의사협의회의 의견조율이 어려운 상황으로 의료공백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공공의대 설립으로 하루빨리 의료공백을 최소화 하고 의료서비스의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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