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강 원광대 한문교육과 교수 “집단지성으로 전북유학 활성” 김진돈 전북문화재 위원 “전북유학 자료 집적화부터”

<전북학 포럼-주제발표> 정해은 기자l승인2021.02.25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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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유학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본사 주최 2021 전북학포럼은 전북유학의 정체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역사를 꾀하기 마련됐다. 도내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주제발표 1>
▲전북유학의 정체성과 활성화 방안(이의강 원광대 한문교육과 교수)

선조들의 예와 학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전북.

유교의 핵심 정신인 ‘수기와 안인’을 원만하게 성취한 반계 유형원 선생부터 ‘자정의 의리’에 입각한 강학과 교육으로 일관했던 간재 전우 선생의 정신을 계승한 학파의 출현까지 바로 이곳으로부터 연유한다.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 사회의 지도자는 자신의 내면적 덕성을 완성하는 수기와 사회를 구성하여 함께 사는 사람들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안인, 이 두 가지 정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또 서경의 미자편에서 유래했다는 자정의 의리란 망국의 시대에 대처하는 각자의 태도는 일률적인 하나의 노선만을 고집할 수 없고 각자의 처지에 알맞은 의리를 선택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통용되는 것으로, 이는 전북유학이 단순히 지역 유학자들의 학문이라는 평면적 의미를 넘어 타지역 유학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전북유학의 이와 같은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전북 지역 유학자들의 저서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우리말로 번역해야 한다.
현재 전북유학 관련 저술 등의 번역 상황을 점검해 보면, 반계 선생의 저술은 번역이 완성됐고 새로운 번역도 시도되고 있다. 간재 선생의 저술도 일부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전북 간재학파의 문집 61종의 번역 상황을 돌아보면 전체적으로 볼 때 2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매우 부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한문 원전을 읽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후속 연구자 육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전주 한옥마을 내 교육부 산하 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이 있지만 정원 미달과 중도 학업 포기생으로 매년 졸업생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도내에서 유일한 한문고전 전문교육기관이 폐쇄의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겠다.

셋째, 향교와 서원 등 전통 기관들의 기능을 활성화하되 이때 젊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일정 비율 이상 참여시켜 청년들에게 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전북유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활성화하고 전북지역에 전해오던 유학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단체와 연구자들이 공존의 지혜와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북유학의 현재적 가치를 부단히 발굴해 제시함으로써 도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주제발표 2>
▲전북유학의 정체성 고찰(김진돈 전북문화재 위원)

전북유학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문집을 수집하고 그 속에 있는 전북유학정신이 무엇인가를 발굴해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유학자를 정리하고 집안에 남아있는 각종 자료와 문집을 해독하고, 더 나아가 유학자들의 정신세계와 연혼관계를 알 수 있는 묘비를 정리한다면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에는 각종 다양한 자료가 집안에 사장돼 있거나 가치를 몰라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종 홍보를 통해 자료를 한곳으로 모아 거시적으로 자료를 분석하고 활용한다면 많은 스토리가 나올 것으로 본다.

가장 먼저 전북유학 자료를 집적화하는데는 국립중앙박물관, 중앙도서관, 장서각, 국사편찬위원회, 규장각 등에서 자료를 복사하거나 수집을 하고, 전북에서는 전북대와 우석대, 전주대, 전주교육대, 원광대, 군산대, 전주역사박물관 등에서 자료를 모아야 한다.

그 중에서 전북대 박물관에는 고문서와 간찰이 굉장히 많이 보관돼 있다. 또 전북은 명문가의 후손들 집안에 고문서와 문집 그리고 영정 및 각종 자료 등이 산재해 있다.

이 가운데 중요한 사료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무성서원 고문서를 비롯해 안의 자료(수직일지), 황강서원 고서적과 고문서 자료, 회안대군 이방간 자료, 전주팔현 송상주 교지 자료, 삼계정사 자료, 이산묘 자료, 수당 이덕응 자료, 간재 전우의 자료 등이 있다.

이들 사료 중 일부는 문화재(국가지정 보물, 도지정 유형문화재 등)로 지정된 경우도 있으나, 일부 고문서와 문집 등은 관리가 소홀해 방치된 상태도 있다.

이에 더 늦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소재 파악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문서의 수량과 상태, 수탁 여부 등을 조사해 전북의 유교자원이 더 이상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북에서 꼭 수집할 것이 보학 관련 자료이다. 한국학 족보 권위자인 고 전북대 송준호 교수는 각 문중의 족보, 문과방목 등을 연구해 자료를 수집 연구한 학자이다. 현재 송 교수의 보학 관련 소장자료와 도서는 전주에 소재해 있는데, 전북의 보학을 연구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전북유학과 관련된 고문서를 총 집적화하고 그 다음은 순번을 정해 문집을 번역하는 사업과 스토리텔링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가치가 있는 것은 문화재 지정 등이 시급하다. 이후 정부기관의 정극적인 협조로 관련 전문가 양성, 전북유학 힐링코스 및 프로그램 개발 등의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잘 이뤄지면  전북만의 차별화된 전북의 유학정신이 드러날 것이라고 여겨진다.


박정민 전북연구원 박사는 전북학이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은 지포 김구 선생부터 유형원-신경준-황윤석-전우로 계승되는 유학의 중심지이지만, 전북유학의 맥이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새롭게 설립될 전라유학진흥원에서는 최소 5~10년의 연구체계에 따른 단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치원 선생을 전북유학의 시조로 설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1020년에 고려에서 문묘에 배향됐고, 4년 후 문창후 라는 시호를 받은 동방 유교의 시조 혹은 종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울러 그와 관련된 전설과 설화, 기록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전남 함양과 달리 이러한 콘텐츠를 전북은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함양은 최치원 역사 공원을 조성해 예산이나 문화적 면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도 영조대무장현 출신의 실학자인 강후진 같은 새로운 인물 조명이나 우리 지역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번역하고 활용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고전번역원 김기현 교수는 전북유학의 정체성과 활성화 방안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 큰 틀에선 다소 거리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유학의 경우 그간 정체성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있었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며, 반계 유형원 선생이나 간재 전우 선생에 대한 연구 활성화가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유학은 광물의 원석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우리 지역은 광물의 맥을 찾아나가는 거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다고 했다. 반면 영남의 경우 30여 년 전부터 퇴계 이황을 비롯해 체계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런 토대 위에서 정체성 이야기가 나오고 활성화 방안이 나오고 해야 하지만 우리지역의 경우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과 관련, 한국인들의 공동체의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의식의 배경은 유교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전공자들이 유교를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학문후속 세대의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봤다./정해은 기자 jhe1133@

 


정해은 기자  jhe11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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