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년 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구호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인구 증가 속도가 식량 생산에 비해 가파르다는 판단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당시 기성세대와 태어난 인구가 우리나라를 현재의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올려놓았다. 중국 역시 국가의 재건을 위해 '하나만 낳기' 운동을 통해 인구 증가를 제한했었다. 그럼에도 인구 증가는 그칠 줄 몰랐고, 지금의 14억 인구는 전 세계를 상대로 과격한 경제 전쟁을 치를 정도로 목소리가 커졌다.

2020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0.84명이라고 한다. 이는 전 세계 198개 국가 중 압도적인 꼴찌 수치이다. 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줄어든 결혼, 아이를 낳은 여성이 일자리를 잃거나 양육을 모두 맡는 등 차별적인 상황, 경제적인 부담 등이 꼽혔다. 문제는 출산율 하락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데도 아직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인구가 적고 경제가 보통이어도 여유 있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가치관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인구 하락에 따른 국민의 삶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구가 줄면 경제 규모가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어 미래 세대는 국민을 위해 짊어져야 할 부담이 계속 증가한다. 여기에 지방의 작은 마을들이 사라지면서, 관련 인프라도 사라지고, 악순환이 이어져 결국, 전통 문화와 정체성까지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적을 수 있으며, 지방 대학들이 사라져 수도권으로 진학해야 하고, 수입의 60%를 연금과 보험료로 내야하며, 60세가 넘어도 은퇴하지 못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 후대의 삶이 지금의 잘못된 정책으로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75억 명 정도인 세계 인구는 현재 기아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약 120억 명을 넘어설 때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증가로 고통 받는 나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급격한 인구 하락으로 복지비로 사용할 세금이 줄어 고통 받는 나라도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때뭉에 아직은 '사람이 많아야 경제도 발전하고, 나라가 잘 산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크다. 지난해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태아난 사람보다 사망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지방소멸 등 지속적인 인구정책 지적에도 마땅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이는 정부만의 책임도 아닐 것이다. 복잡한 인구 문제를 어떻게 살피고 풀어나갈지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