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이 신학기 개학을 맞는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 속에서 학교는 여전히 불안을 안고 개학을 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학교는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오가면서 어렵게 학교 수업을 시행해왔다. 신학기라는 설레임과 함께 긴장하며 떨리는 심정으로 코로나19에게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을 각오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학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제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학력 차를 극복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도왔지만, 사회계층에 따라서 학력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은 명료해 보인다.

이제 학교는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통하여 계층의 양극화가 학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요한 메커니즘을 최선의 노력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학교의 개학이 계층의 재생산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는 차상위계층 자녀들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책무성을 가지고 차상위계층 학생들의 기초학력에 대비해야 한다. 학교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력의 방어선이자 꿈을 풀어가는 온천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이 약 25,000달러 이하의 국가에서는 부모의 변인보다는 학교의 변인이 학생의 학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보인다. 상위 계층의 자녀들은 부모의 주도로 학력을 개발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부모 변인이 취약한 계층의 자녀들은 상대적으로 부모가 아닌 변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 변인은 학교이다.

학교는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이 모여서 학습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해가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학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대적 약자에 관심을 갖는 그것이 보다 정의로운 교육이다. 전북은 차상위 계층 비율이 아주 높은 지역이어서 여전히 학생들의 학습에서 학교 주도성을 요청받고 있다.

학습은 사고의 과정이지만 사고의 습관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습관에 노출되어 많은 학습 경험을 가져야 한다. 초기의 학습 습관은 학생들에게 자아 존중감과 자기 효능감을 가져다준다.

학생들은 신학기 개학 시기부터 학습 습관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 학습 경험에서의 크고 작은 성공 경험은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자기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동인이 된다. 공부가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 쉽게 자신과 타협하며 실족하고 포기할 명분을 준비하곤 한다. 이 때 학생들이 학습의 지속화를 가져오는 데는 부모와 학교의 역할이 크게 기여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의 습관을 내재화 할 때까지 꾸준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학습의 길을 인도해주어야 한다.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다는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 학생들은 누군가의 지독한 인내와 투자를 통하여 일정한 학습 수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실족한 학습 시기를 보내고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을 위하여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어른들이 정한 학력 불신주의 궤변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공부의 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추구라는 미명 하에 어른으로서 학생들의 학습을 방기하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해본다. 다시 학교 문이 열리고 있는 신학기를 맞이하면서, 지금 맛보는 학생들의 행복이 어른이 되어서도 누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행복인지 우리 스스로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