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호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3월은 새싹이 돋아나고 새로운 만남이 기대되는 새 학기와 봄의 시작이지만, 1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봄소식이 중단되어 버린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도 세계 여성사에 3월은 3.8 세계여성의 날이 있어 더욱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계여성의 날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여성 노동자 15,000여명이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환경 개선과 여성 지위 향상 그리고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리에게 빵(생존권)을 달라! 그리고 우리에게 장미(인권)도 달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후 세계 각국은 남녀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했고 UN이 1977년 매년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도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을 통해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에서 생존권과 참정권을 외치던 날로부터 11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우리가 그날의 함성에 응답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혹자에 따르면 지금은 여성의 권익이 많이 신장된 양성평등 사회로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받는 측면도 있다고 하지만,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저변에 깔려있는 유교문화로 인해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계경제포럼에서 2020년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0.672 (1:완전평등, 0:완전불평등)로 153개국 중 108위로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도 여성노동자 평균 임금은 남성의 67.8%로 성별임금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5%로 남성의 29.4%에 비해 여전히 높다.
전북의 여성고용율은 59.3%로 전국 평균인 56.7%보다 높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성이 51.6%, 남성이 71.3%로 고용의 양과 질적 측면에서 성별 격차(19.7%)는 여전하다.

여성의 대부분은 일과 육아에서 자유롭지 못해 직장에선 직장인으로, 가정에선 아내, 엄마 등으로 많은 역할과 책임이 요구돼 여성으로서 애환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전라북도에서는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해 여성계의 노력과 함께, 세계여성의 날을 태동시킨 그 날의 함성에 응답하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도청에선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과 금요일 정시 출·퇴근데이를 운영하여 워라벨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지역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남녀고용 평등법과 근로 기준법관련 무료상담을 통해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차별을 받지 않도록 지원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재취업과 창업 등을 통해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9개소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4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관 인증과 2020년 여성가족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공공부문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고 조직 내 성평등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전 직원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및 성별영향평가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각종 위원회 여성참여 비율이 46%로 전국 평균인 41.3%보다 높고 5급이상 여성 관리직도 행정안전부에서 제시한 목표 16.8%보다 훨씬 높은 22.2%를 유지하고 있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대부분 남성들은 자신의 딸이 세상을 살면서 남녀차별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저 또한 딸을 둔 한 명의 아버지이자 남성으로 살면서 딸을 아들과 평등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소중한 딸이 세상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갖고 공정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별 고정관념들이 사라져 더 이상 차별이 없고 여성의 날이 필요 없게 되는 그날까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양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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