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대기업의 손길을 비껴가는 아이템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가능성이 열린다고 흔히들 말한다. 기존 시장과 접점이 있지만 아직 주목받지 못한 분야에 집중하면 성장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는 것.

시중 기성품처럼 자로 잰 듯한 제품에 물린 현대인들 역시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보다 자신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사는 소비 방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젯’이라는 1년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주(26세) 씨. 그도 이 같은 경향에 착안해 느리지만 정성이 담긴 수제품 가치 확산에 주목했다. 플랫폼 서비스인 ‘마미닛’을 통해 작가에게는 작품에 대한 판로를, 그리고 소비자는 개성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명인·명장을 배출한 전주. 한옥과 한지의 명성으로 일명 ‘한스타일’로 일컬어지는 이곳은 가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공예의 성지라 부를 만 하다.

몇 년 전에는 핸드메이드시티 위크가 열렸고, 최근에는 전주시가 수공예 산업의 대중화를 위해 ‘2021 손의 도시, 전주’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생활 속에 공예문화 콘텐츠가 녹아들 수 있게끔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러한 시류를 반영해 수공예 작가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공방에서 운영되는 원데이 클래스를 편안하게 찾아보고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청년 창업가 김형주(26살) 씨.

전북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김 대표는 남다른 열정의 20대를 보냈다. 대학 재학시절 학교가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키웠다. 지역 메이킹 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로 지난해 5월, 학과 학부생 2명과 스타트업 ‘가젯(GadGet)’을 세웠다.

‘가지고(Gad) 싶은 걸 겟(Get)해봐’라는 의미를 담은 ‘가젯’은 코딩교육 키트개발과 메이킹 콘텐츠 크리에이터, 전북 공방, 취미 연계 플랫폼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김형주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2회 전주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전북 문화생활 서비스 플랫폼 ‘마미닛’을 꾸렸다. 이 서비스는 물품 판매 외에 판로를 찾지 못한 공예작가를 위해선 판을 벌여주는 곳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서비스는 대부분 수도권 위주로 제공되고 있어 지역민들이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이를 고려한 사업을 기획했다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재능을 공유하고,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고객과 호스트를 연결해준다.

그는 “슬세권, 업글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인 요즘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도시에서 한적한 소도시로 떠나는 여행, 프라이빗한 체험 중심의 여행이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전북이라는 로컬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사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50여 개의 공방이 입점을 진행 중이며, 도내 900여 개가 넘는 공방의 입점을 진행할 예정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작가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감과 동시에 타 플랫폼에 비해 낮은 수수료로 공방의 부담은 낮췄다. 입점은 전북에서 운영되는 업체만을 허가해 실제 고객인 지역민들에게 효율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지역 위주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이점은 ‘가젯 GadGet’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공방 및 작가를 소개하는 영상 제작 지원에도 나선다.

전주시는 거점 관광도시로 관광에 대한 산업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핸드메이드시티 전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공예 작가들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방의 수공예 작가들의 수익과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주 대표는 “로컬만의 매력을 가진 많은 작가, 호스트와 함께 우리 지역만의 색깔을 녹여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민들이 우리동네에서 충분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관광객에게는 오롯이 전북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예술체험을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니 인터뷰

-스타트업 창업이란 게 힘들었을 텐데...그래도 창업해서 좋았다고 느낄 때.

스스로 무엇인가 기획하고 개발해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에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 아직도 매일이 도전이지만 창업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판로를 찾지 못한 공예작가와 공방들에게 판을 벌여주고 이들의 숨겨진 재능에 날개를 달아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전북대의 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창업초기 사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교육은 물론 시제품 개발을 위한 지원금 지원,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 등 창업을 위한 담금질을 하도록 뒷받침해 줬다. 단순히 창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시제품만 만들어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창업을 진행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길러 줬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준다면.

처음 시작은 항상 두렵고 걱정이 앞서지만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보다 창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꿈을 향한 도전으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한 뼘씩 성장하는 자신을 마주하기 바란다. 설령 실패 하더라도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거침없이 질주했으면 한다. /정해은 기자 jhe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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