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익산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내와 미륵산성에 오른다. 사월의 산은 연두빛 새싹이 움트며 파스텔12색으로 물이 올라 온 산은 꽃 축제가 된다. 봄비그친 싱그러운 아침 숲에서 산하를 굽어보면 우리나라 숲이 참 예쁘다는 것에 마스크로 감춰진 얼굴은 감탄을 한다. 1950~60년대 우리나라 산은 척박하기 짝이 없었다. 386세대 이전 유년시절은 갈퀴와 낫을 들고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을 찾던 기억이 있다. 근동엔 나무가 귀하니 먼 산까지 가야만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옛날이야기이다. UN에서 “한국의 산림은 복구 불가능”이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그런 민둥산에 기적이 일어났다. 1960년대 중반 국가정책으로 대대적인 산림녹화가 진행되었고 땔감으로 사용되던 나무는 연탄으로 대체되었다. 한 해에 5억 그루이상의 나무가 심어졌다. 윤석중 시인의 동요“나무를 심자”동요가 불리우던 시절, 민간에서는 540ha 임야를 홀로 가꾸던 ‘조림왕’ 임종국 씨를 비롯해 “나무할아버지” 김이만 옹, 사시나무 개발자 현신규 씨,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하여 40년 젊음을 독신으로 살며 수목에 바친 ‘푸른 눈의 나무 일꾼’ 민병갈씨 등이 나무심기에 열정을 바쳤다.

기업에서도 유한킴벌리와 선경그룹은 대규모 나무심기와 활엽수 단지를 조성하며 힘을 보탰다. 지구촌의 놀라운 기적을 보여준 한국의 산림녹화는 온 국민의 정성을 모은 결실로써, 우리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전할 유산이기도 하다. 사실 나무는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한다. 나무로 가득한 숲은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산소를 내뿜어서 공기를 맑고 깨끗하게 만든다. 홍수를 막고, 가뭄을 달랜다.

숲은 오염원을 흡착하여 미세먼지의 농도를 낮추는 데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은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의 기준이 되는 이산화탄소는 공장이나 산업현장,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배출되는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우리나라 산림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연간 4560만 톤에 달한다.

국가 총 배출량의 6.3%인 7억 3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숲 복원이 기후 변화에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는 결과를 냈다. 이 연구는 지구상에서 얼마나 많은 나무가 자랄 수 있고, 그 장소는 어디인지를 정량화한 최초의 연구로, 숲이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기존 도시나 농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세계 산림지역의 3분의 1정도를 증대시키고, 새로 조성한 숲이 무성해지면 산업혁명 이래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3000억 톤의 대기 중 잉여 탄소량 가운데 2050억 톤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도시화와 인간의 욕심으로 숲을 조성할 수 있는 토지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 많은 토지가 식량 생산을 위해 농지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고온과 가뭄, 병해충 피해 등 숲이 적응하지 못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숲의 나무는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나무에 저장하여 성장한다. 커다란 나무덩치는 탄소덩어리 인 것이다.

그런데 산림이 조성되고, 7~80년이 지나면 나무의 노령화가 되면서 성장이 더뎌진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3분의 1 가량으로 뚝 떨어진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압력에서 최선의 전략은 기후변화에 적합한 숲 관리를 통해 숲을 보전하고, 산림의 탄소 흡수·저장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탄소흡수 능력과 환경적응력이 높은 테다소나무, 백합나무, 가시나무류 등의 나무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올해 국가적으로 ‘탄소중립의 숲’ 조성이 국유림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 전북에서도 탄소배출을 상쇄할 수 있는 산림활동 장소를 제공하고, 더욱 많은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을 기대 한다. “깨달음”이 있는 사월의 숲에서 나무와 함께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최고의 희망이 되고 싶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