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 중 하나가 고교학점제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학점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고교학점제의 핵심 내용은 학생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하여 고교의 선택과목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현행 교육과정의 일반선택과 진로선택과목에다가, 차기교육과정 개편시 융합선택과목까지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융합선택과목은 교과별 학문 내의 분화된 주요 학습 내용 이해 및 탐구를 위한 과목이다. 이런 교육정책은 고교과정에서도 대학생처럼 학생들에게 수업과목의 선택권을 주어서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향상시키고자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고교과정에서 선택과목의 수가 많을수록 학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될 가능성이 높다. 고교학점제 도입은 전통적인 담임교사와 학급 중심으로 수업을 받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이 수업교사와 수업교실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공통필수과목을 이수한 후 자신들의 적성이나 미래 인생설계에 적합한 과목을 찾아 수업을 들음으로써 수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아존중감이나 자기 효능감을 극대화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실현해나가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순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먼저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우선해야 한다. 현재 학교 수업은 학급 교실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수업교사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업교실의 확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이 확대됨으로써 학교 교과목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늘어난 교과목 수만큼이나 수업을 하는 교실도 동시에 확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수업교사의 증원이 요구된다. 교사를 증원하지 않는 경우, 교과 내에서의 상치교사와 교사의 강의 교과목수가 증가할 것이다. 또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 수를 축소해서 개설하는 경우 학생들의 실질적인 선택 가능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즉, 교사 수급을 핑계 삼아 학생들의 선택과목을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와 학생들의 선택권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는 엄청난 교육재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서 고교학점제를 실행하겠다고 한다. 

특히 전북과 같이 소규모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고교학점제를 실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목의 수업이 유지되려면 최소한의 수강생이 요구된다. 또한 개설한 선택과목의 수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수의 교사가 요구된다. 소규모학교는 학생수 확보와 교사 충원의 문제를 모두 풀어야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은  인근학교와의 통합 수업, 순환교사제의 확대 운영, 수업교사 자격에 대한 유연화, 기간제 교사 수급 확대 등의 해결책을 준비하고 제시해야 한다.

기왕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과정과 연계시켜 운영할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대학 수준의 수업을 받고 학점 취득을 인정하는 AP(Advanced Placement) 과정과 연계시켜서 학생들이 고교과정에서 대학의 학점을 선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아직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고교학점제의 실행을 앞두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여부는 교사의 증원과 수업교실의 확대를 위한 재정 확보에 달려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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