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근대미술관(관장 김중규)에서는 20일부터 7월 25일까지 서양화가 이승우 화백 초대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넓고 깊은 문학적 소양과 예리한 감성으로 쓴 평론, 해박한 전문성과 유머를 겸비한 강의, 줄기차게 이어온 창작활동 등으로 보수성이 강한 전북화단에서 현대미술운동의 선봉에 서 있었다.

2020년에는 네 번의 기획 초대전을 펼쳤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제작해서 초대전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이 웬만한 열정과 집중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촌각을 아껴 특별한 전시를 꾸려왔다.

고희를 넘긴 작가이기에 어쩌면 이제 지칠 수도 있고, 조금은 쉬어도 될 법한데 날마다 작업에만 전념한다.

1980~90년대 ‘그림자 시리즈’는 장지나 캔버스에 갈색을 바르고 마른 후에 더 어두운색을 칠하고, 구겨진 종이로 찍어내는 기법으로 그림자를 통해 시원적인 원형을 추적해 가는 작업을 했다.

재현회화에 대한 반동과 풍자를 곁들인 ‘이내 사라질 당신의 초상’은 주변의 물체를 모두 담고, 인간에게는 자기 정체성을 고양하는 거울 위에 인간 형상을 매직펜으로 가볍게 드로잉한 것.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는 철학적 고백이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다.

2000년대 ‘꽃 창살로부터’는 개인과 사회, 성스러움과 세속의 엄숙한 경계를 가르면서 치장한 꽃살문을 탐구했다. 종이테이프로 격자를 만들고, 그 위에 칠하고, 떼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흔적들을 녹여낸다.

최근에는 꽃 창살의 이미지 위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홀로 자라서 꽃을 피우는 망초를 교차시키고 있다. 메마른 대지를 딛고 폭염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는 망초들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작가는 군산 대야면에서 출생해서 원광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미술협회 군산지부장을 역임했다. 개인전 33회, 단체전 500여 회, 전북예술상 등을 받았다. 서울대·인하대·군산대 등에서 30여 년간 출강했고 <미술을 찾아서> <색채학> <아동미술>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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