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업결손이 당초 우려했던 대로 학력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서울시내 중학생들을 상대로 한 조사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장기화는 전국 모든 학교에 거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던 터라 전북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단 점에서 걱정이 크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19일 서울시내 382곳 중학교 2,3학년의 1학기 국어. 영어, 수학 학업 성취등급 비율을 3년간 추적한 ‘코로나19 전후, 중학교 학교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 분석’은 중위권 학생들이 급격히 줄고 국어, 영어, 수학과목의 ‘학력양극화’ 더욱 심해졌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코로나19이전인 2019년에 비해 2020년의 국영수 성적 양극화가 유독 심화된 것으로 특히 수학은 2018년 중위권 비율이 44.4%였던 중2가 2019년 중3 진급 이후 중위권 비율이 38.99%로 줄었지만 2019년 중위권 비율이 43.59%였던 중2가 코로나를 겪으며 2020년 중3으로 진급 한 후에는 그 비율이 28.68%로 대폭 줄었다. 줄어든 중위권 학생들이 하위권으로 뒤처지면서 그동안 일정부분 불가피성이 인정됐던 학교 내에서의 학력격차가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의 비대면 수업 확대로 더욱 커진 것이다.

등교수업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학력저하로 인한 문제점이 충분히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실력격차 심화는 공교육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사교육 시장의 진입일 수밖에 없기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교육기회의 차별화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전북도의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2000원으로, 2019년 24만원보다 1만8000원이 줄었다. 전국지자체 모두의 사교육비가 줄었지만 전북의 사교육비는 서울 43만3천원의 겨우 절반수준이었다. 특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최대 5배 차이가 났다.

등교수업 확대와 지속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하고 불가피한 원격수업이라면 내실을 다져야 한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이 차이가 난다는 건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단 의미다. 심화된 학력격차를 사교육을 통해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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