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청 감사관실에 투서 하나가 전달됐다.  

도청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사례를 지적하며 철저하게 조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감사관실은 곧바로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상자로 지목된 공무원은 이미 초과근무수당을 다 찍은 상태였다.

감사관실은 해당 공무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줄 것”을 요청했고, 민원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감사관실에 투서가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도청 내부에 퍼졌고, 민원을 제기한 제보자가 같은 팀 직원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문제의 본질 파악하기보다는 제보자와 조사 대상자로 언급된 공무원에 대한 평가와 각종 추측이 난무하면서 동료들 간의 불신이 초래되고 있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 감사관실에 기명으로 접수된 민원은 210건, 익명 민원은 56건 등 총 266건이다.

올 1월부터 4월 둘째 주까지 접수된 민원도 벌써 44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생활민원이 20%, 공무원 비리 의혹, 계약 및 보조금 관련 민원이 80%에 달한다.

투서의 주체는 외부 민원인이 될 수도 있고, 내부 동료일 수도 있다.

민원이나 제보, 투서는 거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기관에 접수되는데, 이 때문에 악의적이거나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음해성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인사를 앞두고 비위나 부적정한 업무 처리에 대한 민원은 급증한다.

특정인을 상대로 같은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도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사철에 제보나 투서가 증가하는 경향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서나 민원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공직사회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전북도청 공무원은 무려 5000여 명에 이른다. 다 같은 공무원이지만, 이들은 ‘공채출신’, ‘행정 고시 출신’ 등으로 나뉘며 자연스럽게 계파가 생기고, 행정 직렬과 소수 직렬로 분류되면서 인사 경쟁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인사철이 가까워질수록 투서나 민원이 늘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투서나 각종 민원제기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청렴한 공직문화를 구현할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도 존재한다. 

도청의 한 공무원은 “투서나 제보를 통해 접수된 내용 중 완전한 허위사실은 없다”며 “공무원 조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이고, 개개인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고 고쳐나갈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난 무분별한 투서, 민원은 행정력 낭비는 물론 불신의 싹이 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음해와 공익제보의 기준이 모호한 각종 투서와 민원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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