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현(전기안전공사)

길을 걷다 무심코 바라본 하늘이 멋져 넋 놓고 보던 때가 있었다. 자연이 빚어낸 한 폭의 명화 부럽지 않은 장관은 바쁜 걸음을 멈춰 세우고 풍경에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젠 하늘에서 그 때의 아름다운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원인인지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늘어나는 미세먼지로 인해 전국의 하늘이 푸름을 감춘 지 오래다.

변해버린 하늘만큼이나 삶도 퍽퍽해지고 앞날도 뿌옇게 변해가는 것 같다. 매스컴에는 미담보다 흉흉한 사건 사고들이 더 많이 보도되고 주변에는 삶에 지친 한숨 소리만 들려온다. 특히 우리 가족의 삶의 터전인 전북에서 한숨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서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전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지역 경제 상황이 악화되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왜 전북만 가장 가난하다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궁금해졌다. 기사는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최근 발표한 ‘전북지역 경제력 지수 및 균형발전 현황’ 자료를 언급하며 시도별 경제력 지수 중 전북이 꼴찌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씁쓸한 기록이다. 삶이 비록 우릴 속일지라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소식이다. 믿고 싶지 않은 자료였지만 통계자료를 더 찾아보았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도 2분기 호남권 지역경제동향’ 자료에서 전북지역 인구이동 현황 중 지난 1분기 동안 전북의 순 이동자가 ?4,273명을 기록한 것을 보았다. 이중 지역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20~39세 청년인구층의 이동은 ?3,853명으로 유출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청년은 지역의 미래이다. 젊음에서 나오는 패기와 도전은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는다. 청년의 감소는 지역경제의 침체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호남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는 지역경제의 적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지역 내 여러 단체에서 청년활동가들을 만났다. 전북에서 나고 자란 청년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수도권에서 내려온 청년까지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 활동하는 영역도 다양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바라보는 방향은 다를지라도 가슴 속에 품은 최종 목표는 다 같이 살기 좋은 전북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각자 입에 풀칠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래를 논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처음에 힘찬 다짐을 외치며 달려 나갔던 청년들도 오래지 않아 한숨과 피로가 얼룩진 얼굴로 마주했다. 이상을 가로막는 현실적 괴리 앞에서 자신의 발버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즈음 얼굴에 가득했던 희망은 좌절로 변해 있었다.

지역부흥을 위한 청년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가시밭길 위의 상처 입은 영혼의 순례자가 되길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행인건 그 와중에도 아무도 걷지 않는 진흙투성이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기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도 있다는 것이다.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고난과 역경이 다가올 것을 알고 있지만 목표를 위해 기약 없는 여정을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자랑스럽다.

미래의 씨앗을 이고 메마른 대지를 꿋꿋이 걸어 나가는 청년들이 있기에 우리 전북은 미래를 꿈꿔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뿌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청춘의 씨앗이 잘 심어지고 키워져서 꽃 피우길 바란다. 단단한 땅을 뚫고 끝내 결실을 맺은 꽃이 씨를 다시 흩뿌리고 주변에 또 다른 희망의 싹을 틔울 것이다.

언젠가는 기억 속에 남아있던 햇살 가득한 푸른 하늘 아래 형형색색으로 물든 꽃밭을 걸을 수 있길 소망해본다. 따스한 햇볕아래 생기 넘치는 청춘의 꽃들이 향연을 펼치는 다함께 잘 사는 전북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희망지수 1등 전북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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