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현 전기안전공사

주말에 가족과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대형마트이다. 지금은 친숙하지만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참 신기했다. 넓은 진열대 위의 제품들이 형형색색의 포장지를 뽐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살 물건이 없어도 구경하려고 일부러 가기도 했다. 당시 쇼핑과 외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던 대형마트는 최신 문화공간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평소에는 동네 슈퍼를 이용하지만, 요즘도 가끔 대형마트에 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동네 슈퍼에서 보기 힘든 물품을 눈요기하러 마트를 한번 둘러본다. 나는 특히 다른 브랜드가 합작하여 만든 콜라보레이션 상품에 관심이 많다. 대형마트에는 콜라보레이션 상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구류 회사와 합작한 유성 매직 디자인 음료, 주류회사와 합작하여 만든 소주병 디자인의 디퓨저, 딱풀 디자인 캔디 등 다양한 상품이 전시되어 있다.

최근 나온 콜라보 상품은 전혀 다른 제품군 브랜드와의 융합이 특징이다. 앞서 말한 상품부터 국내 유명 구두약 회사와 협업하여 만든 구두약 초콜릿까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콜라보 상품들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구두약 통 안에 들어 있는 초콜릿은 구두약 맛일까? 소주 디퓨저에는 소주향이 나는 것일까? 검증을 위해 소비자의 손이 뻗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다. 물론 콜라보 제품에는 일반적으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물이 들어 있다. 딱풀 디자인 캔디가 실제로 딱풀 맛을 낸다면 구매할 이는 거의 없을 테니까.

콜라보 상품들이 SNS를 타고 인기를 얻어서 그런지 평상시 먹던 과자나 라면들도 이에 질세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주 사 먹던 초코 과자도 딸기맛, 바나나맛, 말차라떼맛 등 다양한 버전으로 등장했다. 콜라보 상품의 인기에 편승하여 한가지 품목에 다양한 제품이 나오다 보니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질 때도 많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는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먹어보지 않은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고, 아내는 검증된 오리지널 제품을 좋아한다. 이렇게 성향이 다르다 보니 가끔 충돌한다. 아내는 내가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오리지널 제품으로 사올 것을 당부하지만, 가끔은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새로운 것을 사 오기도 했다. 그 결과로 아내의 불평과 그것을 처리하는 건 내 몫이 되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내 성격이긴 하지만, 모든 것이 내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맛을 경험하기도 했다. 아내는 이러한 경험이 싫어서 오리지널 제품만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콜라보 상품을 보면 가끔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먹는 제품과 관계될 때이다. 특히 음료 회사와 합작하는 제품들이 그렇다. 우유 회사와 합작하여 만든 바디워시 제품은 외부 디자인을 우유 포장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우유로 착각하기 쉽다. 마시면 안 된다며 주의 표기가 있긴 있지만 잘못하면 실수로 마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주병 디퓨저도 마찬가지다. 실제 팔고 있는 소주병 라벨과 똑같은 그림이 붙여져 있어 누가 봐도 소주의 미니어처 버전처럼 보인다. 안전마개가 장착되어 있다지만 100% 사고 예방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품임은 분명하다.

기업은 유행을 창조하고 선도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콜라보 상품 역시 이러한 배경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가끔 콜라보 상품에 소비자의 안전 등 기본적인 것들이 간과되고 있지 않은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신비감이 있어 좋다. 콜라보 제품을 사랑하는 소비자로서 혁신적인 제품들을 오랫동안 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