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빨리 선배님들의 유해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25 전쟁으로부터 7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령들이 있다. 이들의 유해를 찾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전북지역 유해발굴업무를 담당한 육군 35사단 임실대대 장현호 대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4일 찾은 순창군 쌍치면 한 야산. 굽이진 농로를 따라 15분가량 올라가자 숲 어귀 나무에 노란 리본이 묶여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6·25 전사자 유해발굴 완료지역’이라는 문구가 쓰인 이 리본은 매 해 발굴업무가 완료된 지역을 뜻하는 표식이다. 높게 자란 풀숲을 헤치고 숲길을 따라 5분쯤 더 들어가면 올해 유해 발굴 업무가 이뤄진 일대가 나온다. 숲 한켠에 남아있는 베인 대나무들이 지난 작업의 유일한 흔적이다. 지난 3월 초순 발굴작업을 시작해 4월 초 복토작업까지 완료된 이곳에는 두어 달이 지나는 동안 웃자란 풀숲이 벌써 무성했다.

장현호 대위는 “이 일대는 지난 1950년에 공비토벌작전이 진행됐던 곳”이라며 “마을 어르신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전사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파악해 그간 5차례에 걸쳐 유해발굴작전이 진행돼왔다”고 설명했다.

감식단에서 전투기록 분석과 지역 주민·참전용사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장소를 선정하면 사단에서는 해당 지역에 대해 부대원들을 투입, 발굴작업에 나서왔다. 발굴지역은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 탄피와 같은 유품이 많이 나오는 곳 위주로 정해진다. 이후 토층을 파악해 개토작업을 해나갈 깊이까지 설정되면 대원들이 본격 작업에 나서는 식이다.

이날 방문한 쌍치면 무명347고지 일대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유해발굴작업이 진행돼왔다. 실제 지난 2017년도에는 완전유해 1구와 부분유해 2구가, 2018년도에는 완전유해 1구와 부분유해 1구가, 2019년도에는 부분유해 1구가 각각 발굴됐다고 장 대위는 전했다.

그는 “작업 첫 주부터 유품이 여럿 확인되면서 전사하신 선배님의 유해가 발굴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참여 인원 모두가 열심히 작업에 나섰지만,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1000여점의 유품만 발견된 상황”이라며 “지난해 참여했던 인원들이 연이어 지원에 나서다보니 자신감도 갖고 있었는데, 유해를 발굴하지 못해 많이 안타까웠다”고 작업 당시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35사단 임실대대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순창 등지에서 진행되는 유해발굴업무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장 대위는 “그동안 아직 수습되지 못한 호국영령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하며 최선을 다해왔는데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며 “다음 유해발굴에 참여하는 분들께 지금껏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를 잘 전수해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발굴작업이 시행돼왔다.

전북지역의 경우 6·25 초기지연전투와 공비토벌이 이뤄진 곳인 까닭에 전투기록이 적고 불명확한 경우가 잦다. 아울러 전사지역은 넓은 데 반해 전쟁직후 유해수습이 많이 이뤄진 점도 있어, 타 지역에 비해 유해발굴 성과가 많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도 많은 주민들의 제보와 증언을 통해 지역을 선정, 발굴에 나선 결과 지금까지 31구의 전사자 유해를 수습했다고 감식단 관계자는 전했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아쉽게도 이들 가운데 유가족을 찾은 경우는 전무하다”며 “전북지역 뿐 아니라 지금껏 발굴된 1만여 구가 넘는 유해 가운데 165명만이 신원 확인이 된 상황으로, 유가족들 가운데 DNA 등록이 된 경우가 많지 않아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발굴된 장병들의 신원이 밝혀지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유전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한 분이라도 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가족 여러분께서는 1577-5625번으로 연락해 시료 채취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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