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관 임승범이 우리 민속과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민속의 착함>(흐름)을 펴냈다.

이 책은 전주 국악방송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온고을 상사디야’의 ‘임승범의 문화읽기’ 코너에서 저자가 방송한 우리 역사와 민속 이야기 중 다시 전하고 싶은 얘기를 골라 실었다.

민속은 민간생활과 결부된 신앙, 습관, 풍속, 전설, 기술, 전승 문화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우리는 민속의 범위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해서 살아간다. 민속은 우리가 호흡하고 있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와 함께 공존한다.

우리 민속은 오랜 시간 민간의 지혜가 축적되었고,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역사가 됐다. 새 생명의 탄생에 관한 태몽과 출산에서도, 풀숲을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에서도, 당대 이름을 떨친 화가의 그림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의 옛 기록에서도 사람의 온기와 착한 마음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와 일상의 모든 곳에 존재했던 그 심성의 사연에 대한 이유와 결과를 담고 있다.

그러니까 태몽은 생명 탄생의 신비함을, 삼신받이굿은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를,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의 출산을 통해 고통 분담과 사랑을, 도둑잡이 뱅이에는 착한 마음 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민속은 무궁무진한 사연 속에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삭막한 오늘날 바쁜 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여유와 인간미를 느끼기 어려운 요즘, 이 책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착한 마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그동안 연구해온 우리 역사와 민속에서 찾아낸 선한 지식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민속의 착함>은 인간미와 함께한 우리 역사 문화에 대한 새로운 앎은 물론이고 생소했던 민속 문화에도 한걸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책의 내용은 크게 2부로 나눴다. 1부에서는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든 여러 민속 이야기를 담았고, 2부에서는 우리 역사와 옛 기록에서 볼 수 있는 인물과 그들의 일화를 소개하였다. 총 24장으로 구성된 각각의 이야기와 함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저자의 재치있는 생각과 해석도 덧붙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재청 학예연구사 역임.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한남대학교 등에서 문화재학과 한국민속학 등의 강의를 했고, 현재 전주 국악방송 라디오 온고을 상사디야에서 ‘임승범의 문화 읽기’ 코너의 초대 손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태안설위설경>, <해원을 위한 저승길 여정> 등이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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