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북은 지난 9일 첫 폭염특보가 시작된 이후 단 4일을 제외하고 15일이 넘게 폭염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폭염은 지난 2018년 고온 현상을 몰고 왔던 열돔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열돔 현상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의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는 다음 달 초까지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맞물려 있어 피해는 당시보다 클 것으로 보이며 폭염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건설 노동자의 피해 역시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폭염이 원인이 돼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26명이다. 이 가운데 22명이 7월말부터 8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 노동자들이 폭염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는 이유는 '폭염 지침'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폭염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도록 돼 있지만 적절한 휴식이 어느 정도 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올해 발주된 전북지역 공공 공사는 무려 2673건에 이른다. 여기에 수천 건의 민간 건설공사 현장까지 포함하면 도내에는 수만 명의 건설노동자가 폭염을 무릅쓰고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서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데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시가 발주한 건설현장에서는 35도가 넘으면 실외작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임금은 깎지 않는 조건이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도내 공공 공사부터라도 이 같은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조실록 18년(1794)의 기록을 보면 ‘정조 임금께서 수원화성을 쌓는 공사장 인부들이 더위에 지쳐 몸이 상할 것을 걱정해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척서단(滌暑丹)’이라는 한약 4000정을 지어내려 보냈다’라는 내용이 있다.

도는 이를 교훈 삼아 도에서 진행하는 공공건설 사업은 물론이고 시·군이 진행 중인 공공건설 현장에 대한 특별합동점검에 나서 무더위시간 공사중지 등 건설 현장 폭염 안전수칙 준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여름철마다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역시 산업현장의 폭염에 대한 인식과 관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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