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우여곡절 끝에 2020 도쿄 올림픽 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 대회는 개회식 중계부터  논란을 가져왔다. MBC는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세계지도에 입장 국가의 위치를 알려주고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사진 자료도 보여주었다. 문제는 각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의 선정과 해당 국가에 대한 설명에서 일어났다. 개회식 중계에서 문제가 된 것은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아이티의 폭동 장면, 시리아의 내전 소개와 마셜 제도의 과거 미국 핵 실험장이다. MBC는 해당 국가의 대표 이미지 선정과 내용 설명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 해당국가와 국민들에게 사과하였지만, 이는 방송국이 가진 글로벌 수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개회식에서 문제를 일으킨 나라들은 중남미, 태평양,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에 속한 국가들로서 후발국들이다. 이번 개회식의 중계방송 장면은 후발국에 대한 우리의 불편한 선입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본받을 만하고 잘사는 나라이고, 반면에 후발국은 가난에 시달리고 분쟁이 잦고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선진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후발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MBC의 올림픽 대회 방송 사고는 평소 우리 안에 꽈리를 틀고 있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동부유럽 등의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 마음과 머릿속에 자리한 후발국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점이 별 고민도 없이 영상 이미지의 선정과 국가의 설명에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공유된 고정관념은 의사결정자의 사고조차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후발국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나 무지는 글로벌 문맹에서 기인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 각국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나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지지 못한데서 비롯하고 있다. 글로벌 문맹은 선진국이나 강대국 중심의 세계관, 후발국에 대한 무지나 무시, 타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낳고 있다. 이는 후발국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하고 균형적인 지식이나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게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중남미,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의 국가들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고, 다시 그 편견은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지배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편견을 담은 이미지를 세상에 알리고, 해당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나쁜 결과를 낳게 한다.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문맹을 벗어나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학교에서부터 글로벌 문해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교육에서의 글로벌 문해력 신장 교육의 출발은 세계지리교육이다. 세계지리교육은 세계 국가에 대한 균형 잡힌 지식을 바탕으로 해당 국가의 정체성, 문화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관문을 제공해주고 있다. 세계지리교육을 통한 글로벌 문해력은 글로벌 시대에 필수적인 역량인 타국가 또는 타문화에 대한 글로벌 공감능력을 갖게 한다. 글로벌 문해력은 타인의 관점과 세계관을 이해하고 인식하며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개방적이며 적절하고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 세계를 보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변화시켜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세계시민이 살아가는 기본자세이다. 우리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역량을 갖추고 살아가도록 하는데 있어서 세계지리교육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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