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식 전주시 복지환경국장

▲자기결정권

지난 8월 모 광역시에 위치한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이용자(발달장애인) A씨가 식사 도중 쓰러져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CCTV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식사 중 김밥 먹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행동을 했지만, 시설 종사자는 A씨의 움직임을 제압한 상태에서 억지로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 넣다가, 이 과정에서 기도가 막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숨진 발달장애인의 죽음은 단순히 안타까움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무시 당하고, 어떻게 취급받는지 보여주는 단면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달장애는 나이에 맞는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장애를 말하는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발달장애로 보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인지와 의사소통의 장애로 자립생활이 어렵고 타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가족의 부담도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장애인 등록이 가능해져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일면에서는 소통하기 어렵고, 말 안듣는 시끄러운 존재로만 인식되고 있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지원정책
정부에서는 지난 2018년 우리사회의 대표적 취약계층인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는데 범부처가 협력하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포용하기 위해 ‘발달장애인평생케어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책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정부와 지자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시에서도 정부의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과 궤를 같이 하며, 지속 가능한 자립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 한국자산관리공사 전북본부,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전북생물산업진흥원, 전북장애인부모회 전주시지회 등 5개 기관과 협업하여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도심속 힐링공간 치유농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유농장은 발달장애인이 농장 체험활동을 진행하면서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것으로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 등 참여시설 10개소를 모집해 농업체험·치유·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숲 체험·목장체험 등 외부기관을 연계한 체험활동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2020년 8월에는 공공부문 정규직(발달장애인 특수직렬)을 신설하고, 4명을 채용, 서신, 효자, 송천, 아중도서관에 배치되어 사서업무 보조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장애인 고용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주시정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 밖에도 공공?민간 연계 신규일 자리 창출 사업인 ‘I got everything’카페 9개소에 발달장애인을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을 통해 미취업 상태의 발달장애인에게 취업지원 서비스 등을 연계하고 있다.

▲편견을 버리면 우리는 모두 친구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생각을 나누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과거에 비하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회 전체의 변화 없이는 한계가 있다. 장애인을 ‘복지의 시혜 대상’으로 여기는 데서 벗어나, 장애인이란 이유로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제한받을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국가와 사회 모두에 필요한 때다.

장애인 정책은 효율성과 생산성의 잣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이들을 위한 정책은 꾸준히 개발되고 지원되어야 한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이해하고, 편견을 버리면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어느 발달장애인의 명복을 빌며, 이만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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