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는 예술영화다. 흔히 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뜻하지만 어느 정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예술영화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 예술영화의 원류는 바로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누벨 바그다. 영어로는 뉴 웨이브다. 새로운 물결인데 과거 영화와는 여러 가지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누벨 바그의 대표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만든 ‘네 멋대로 해라’(1959)다. 이 영화를 분기점으로 영화는 전통 영화와 새로운 현대 영화로 나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한 좀도둑이 차를 훔치다 경찰관을 쏴 죽이고 지명수배자가 된다. 그는 여자 친구의 집에 숨어 지내다가 그녀의 밀고로 들키게 되고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대낮 거리에서 쓰러져 죽는다. 이렇다 할 플롯도 없고 출연 배우들도 당시로선 낯 선 사람들이었다. 관객들은 이 영화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핸드 헬드 카메라에 흑백 필름, 다큐식 촬영기법, 점프 컷 등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을 끈 배우는 장 폴 벨몽도였다. 신인이었던 그는 주인공 좀도둑 역할을 맡았는데 세련된 태도에 냉소적이고 마초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비록 미남형은 아니지만 개성 넘치는 연기가 대중과 평론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성격파 배우란 그를 지칭하는 용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는 이 영화를 계기로 스타 반열에 올랐고 이후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8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벨몽도 영화가 판매한 티켓은 1억3000만장에 달한다고 한다.
  벨몽도가 지난 6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누벨 바그의 주역인데다 오랫동안 영화계를 주름잡은 스타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애도의 뜻이 쇄도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를 ‘국보’라고 칭하며 “우리는 그에게서 우리 모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벨몽도와 누벨 바그 영화가 남긴 족적은 넓고 깊다. 영화를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예술로 격상시킨 공로가 대단하다. K 시네마로 위상이 날로 높아가는 요즘 벨몽도의 업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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