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개관 20주년을 맞아 지난 9일 오후 모악당에서 군산&전주 시립교향악단의 합동음악회가 열렸다. 

‘힘내라! 전라북도, 울리자! 전북의 소리’ 타이틀로 열린 음악회는 전라북도 클래식 음악계의 주축인 군산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교향악단이 35년만에 처음으로 함께 준비한 무대여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날 프로그램 노트는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 요한 슈트라우스Ⅱ 오페라타 박쥐 서곡,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 등 10개 작품으로 채워졌다.  

음악회는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으로 시작됐다. 

다양한 관악과 타악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 때문에 쇼스타코비치 곡 중에서 활발히 연주되고 있다. 

이 곡은 처음에 트럼펫 등 금관악기가 주로 연주하는 3박자 팡파르를 넣고 후반에 팡파르를 타악기와 강화된 금관 파트의 연주로 반복시킨다. 

곡의 특성상 능수능란한 강약 조절이 중요하다. 명쾌한 바통 테크닉과 함께 풍부하게 감정을 부여하려는 지휘자의 의도를 군산시향과 전주시향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바리톤 김주택,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태평소 손동주와 함께 꾸민 무대들이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는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의 곡이다. 

여기에 바리톤 김주택의 익살스러움과 특유의 리듬감은 흥겨움을 배가시켰다.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주선율을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편곡한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연주했다. 

현란한 바이올린 기법들로 현의 변화무쌍함을 관능적으로 표현한 이 곡이 연주될 땐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퍼졌다. 

잔잔하게 깔리는 더블베이스의 묵직함은 바이올린의 선율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줬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파고드는 바이올린 음색은 객석을 압도했다. 

분위기의 절정은 태평소 손동주와의 협연 무대 때였다. 

다이내믹한 태평소 연주는 특유의 직관적인 야성미가 넘쳤고, 예리하고 단단한 연주 궤적은 무대를 갈라 객석으로 쏟아졌다. 

척 맨지오니 산체스의 아이들은 폭발적인 에너지는 표현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선곡이었다.

무대가 끝나자 군산시립교향악단의 백정현 상임 지휘자와 전주시립교향악단 백윤학 지휘자가 단원들과 관객들에게 경애를 표했다.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하고 있는 두 지휘자를 통해 군산시향과 전주시향이 품고 있는 가치를 어렴풋이 볼 수 있었던 무대였다. 

섬세하고 정확하며 격정적인 지휘와 몸동작으로 철학적 메시지를 설명하고 집중력 있는 연주력을 선보였다는 건 박수 칠만 하다. 

다만 이날 빈 객석이 꽤 보였고, 한 곡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관객들도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결과적으로 장시간의 연주에 피로를 느낀 관객들이 있어고, 이로인해 관객들을 끝까지 공연장에 붙잡아 놓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실제 이번 공연에 온 관객은 700~900명 사이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전체객석(2000석이상)의 약 40%정도가 찬 셈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관계자는 "900석 이상은 채워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적어서 놀랐다"면서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으로 공연 예매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과 지역 문화 인사 대부분은 공연에 만족스러워 한다"고 덧붙였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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