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역사와 문화가 가득 담긴 최기우 작가의 희곡집 ‘은행나무꽃(평민사)’이 출간됐다. 

이 책은 ‘상봉’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12년 만에 펴낸 희곡집이다. 

희곡집에는 전주시립극단과 함께 한 ‘누룩꽃피는날’을 비롯해 극단 까치동과 호흡을 맞춘 ‘교동스캔들’, ‘은행나무꽃’, ‘수상한 편의점‘, ’조선의 여자‘ 다섯 편이 실렸다. 

인간 생활의 모순과 사회의 불합리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수상한 편의점‘을 빼면 모두 전북의 역사, 문화와 관계가 깊다. 

“은행나무는 사람들 곁에서만 자란답니다. 늘 사람을 그리워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은행나무를 부둥켜안으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희곡 ’은행나무꽃‘ 중 이이화의 대사)”

표제작 ’은행나무꽃‘은 전주한옥마을의 600년 은행나무에서 비롯됐다.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알려진 최담(1346~1434)과 그의 아들 최덕지(1384~1455)의 삶과 인품, 집안 내력에 얽힌 이야기다.

작품의 배경은 성리학이 삶과 국가 통치 이념으로 굳어지며 권문세가와 사대부가 대립하던 1400년대 고려 말과 조선 초. 힘이 있으면 거짓도 참으로, 참도 거짓으로 만드는 세상이다.

이야기는 최덕지와 그의 첫 번째 아내인 이이화가 이끈다. 마주 보며 사랑을 나누고 싶어했던 남녀가 사랑을 틔우기도 전에 이별해야만 했던 사무치는 사랑 이야기다.

여기에 시사성 있는 대사와 상황을 추가해 상징하는 이이화와 최덕지, 민중의 모습을 넣었다. 

전주시립극단 창단 25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준비한 '누룩꽃 피는 날'은 한(韓)스타일 세계화의 첫 시도였다. 

6·70년대 신석정 시인과 문학청년들, 극작가 박동화와 연극인들, 하반영·권경승 화백과 미술인들, 80년대 동문거리를 휘젓던 박봉우 시인, 정읍대학원이라고 불렀던 정읍집과 세종집 등 전주의 자산을 소재로 한다. 

주객의 발길을 붙잡았던 선술집과 학사주점, 막걸릿집보다 더 부산했던 백반집과 닭내장탕집 등에서 치기 넘치는 대학생들의 목청 높은 논쟁과 민중가요까지 이제는 역사가 돼버린 그 시절의 추억들을 한아름 느낄 수 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한 최기우 작가는 연극, 창극, 뮤지컬, 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며 100여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전북 지역 인물과 설화 역사와 언어, 민중의 삶과 유희, 흥과 콘텐츠를 소재로 한 집필 활동에 힘을 쏟고 있으며 현재는 최명희문학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기우 작가는 “여전히 설익어 보이는 희곡이지만, 각 작품의 단어와 문장과 문단과 행간의 사연들이 이 땅의 역사를 더 풍성하고 당당하게 하길 바란다”며 “희곡집 발간은 문학사와 연극사를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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