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년만에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인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가 확인된 가운데 유해와 함께 발굴된 순교자 지석(유물)에 대한 상세 내용이 공개됐다. 

천주교 전주교구(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지난 24일 오후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에서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유해의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를 갖고 3인 순교자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주교구는 최초 순교자인 복자 권상연과 윤지충의 묘소에서 발견된 백자사발지석 때문에 이들 유해가 순교자들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각 묘광(무덤구덩이)의 중앙 위쪽에서 수습된 지석의 안쪽 바닥에는 먹으로 쓴 묵서명이 또렷했다. 두 순교자의 묘에서 나온 지석에는 20자 안팎의 한자가 쓰여 있었으며, 이를 통해 망인의 매장 시점과 신분, 이름, 세례명, 생년, 본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윤지충의 지석에는 당시 과거제도 가운데 소과(小科)인 생원시에 합격한 사람을 일컫는 성균생원(成均生員), '尹公(윤공)'의 묘라는 의미의 '尹公之墓(윤공지묘)'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상연의 지석에도 묘지의 주인을 나타내는 '權公之墓(권공지묘)', 망인의 생전 이름 '諱尙然(휘상연)', 성인 때 이름(부명) '字景參(자경삼)' 등이 적혀 있었다.

윤지헌의 분묘에서는 다른 두 순교자와 달리 백자제기 접시가 수습됐는데, 묵서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접시의 안쪽 중앙에 ‘祭’가 적혀 있었다.

전주교구는 윤지헌 유해에 대한 DNA 조사, 유골 상태 등을 토대로 윤지충과 부계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1801년 능지처참된 복자 윤지헌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 순교자들의 유해 전신사진과 해부학적 검증 결과도 공개하며 발굴된 유해가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윤지헌 프란치스코로 결론 내렸다.  

묘소 발굴 및 유해 감식 보고 이후, 순교자 유해 발굴의 성과와 가치를 보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김영수 헨리코 신부는 순교자들의 유해 발굴을 통해 교회사 사료와 기록의 모호함을 해결하고 신앙의 전통으로 구전되어온 사실을 확증했다는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또한 순교자 묘지의 형태와 조성에 관계된 사실, 묘에서 출토된 묘지석의 형태와 내용의 관점에서 천주교회의 순교역사를 공유하는 증거를 확보하는 결실을 거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선태 주교는 "지난 3월에 발견된 세명 복자 진정성 보고회를 갖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이번 보고회는 유물의 진정성을 알리는 자리이자, 앞으로 유해에 담긴 하느님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마음을 함께 모아보자"라고 말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완주에서 복자들의 유해가 발견된 것을 경사로 생각한다"며 "이번 발굴로 종교사·역사·문화·학술적 가치가 더욱 깊어졌고 초남이성지를 세계적인 성지로 발전시킬 과제가 주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완주군도 초남이성지의 세계적 성지화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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