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의 불모지였던 전북에 글밭을 일구며 후학 배출에 힘 쓴 서재균 아동문학가의 혜안이 담긴 산문집 '멀고도 먼 길(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격동의 시대 속에 교사로, 언론인으로, 문학인으로 살아온 서재균 문학가는 우리 삶에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글 속에 녹여낸다. 

때로는 아득한 기억 저편의 추억을 담백하게 풀어내거나, 누군가는 무심히 흘려보낼 일상의 모습을 꼼꼼히 곱씹고 들여다보는 작가의 세심함은 따뜻하면서도 날카롭다. 

특히 50년 우정을 나눈 조영희 시인과의 일화를 말하는 대목은 절절하고, 고향과 가족에 대한 회상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문학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이번 산문집에는 개인사가 드러나는 산문을 비롯해 자신의 문학론, 동화 '꼭두쇠'까지 총 22편의 글이 실렸다. 

김남곤 시인은 산문집 '멀고도 먼 길' 발문에서 아동문학가 서재균을 "고산식물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앞장서서 깃발 들고 드러내지 않지만 대쪽 같은 조부의 사랑 속에서 자란 작가는 허욕도 없이 참으로 맑고 고운 신심으로 매사에 폭넓게 관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다. 

김 시인은 "고산식물 위에 떨어진 이슬방울 같은 눈물이 가슴 안창에 고여 있거나 야성을 키운 칼바람 같은 의지를 숨기고 사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문학가 서재균의 글은 알싸하지만 부드럽고, 마냥 낙관적이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중심을 잃지 않는 따뜻함을 품고 있다.

“전이곤은 소소한 사물 하나하나까지 경건한 마음과 정성으로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어른이 어린이를 사랑한다는 것. 인간이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을 모른다면 결코 교육자도 아동문학가도 될 수 없다는 단호한 결의도 하고 있었다(키다리 아저씨 전이곤 중에서)”

1935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난 서재균 아동문학가는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해 초등학교 교사로 13년을 지냈다.

이후 전북일보사에 입사해 21년을 기자로 일했으며, 전라일보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또 전북도민일보에서 편집국장과 수석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전라북도 문화상(언론), 목정문화상(문학), 김영일 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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