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사람의 손길을 닿지 않아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생태공간이 있다. 전북 군산 청암산이 바로 그곳이다. 1963년부터 2009년까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45년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청암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군산 청암산 에코라운드로 자연생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자연을 머금다 ‘청암산’

군산 청암산은 군산시 옥산면과 회현면에 길게 뻗어있다. 조선 시대 이전에는 ‘푸른 산’의 의미의 ‘취암산’으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에 ‘청암산’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청암산의 특별함은 다양한 습지 군락이다. 군산 호수와 청암산에는 총 18개의 습지 군락과 산림 군락이 있다.
더욱이 총 486종의 습지 식생 및 야생 동물이 서식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자연생태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자연생태생물이 보존되어 온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963년부터 저수지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됐고, 45년이 지난 2008년이 되어서야 봉인이 해제되어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온 것이다.
그 덕분에 청암산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새, 가시연꽃 원앙 등 보호를 받아야 하는 동식물들이 자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군산시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청암산 에코라운드’ 사업을 추진해 군산시민과 여행객이 생태관광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들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청암산 에코라운드의 자연 생태 탐방로는 수변로와 등산로가 있다. 수변 산책로는 13.8km, 등산로는 8km로 중간마다 등산로와 수변로를 오고 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원한 수변로를 걷다, 숲 속의 상쾌함을 걷고 싶다면 다시 등산로로 오고 갈 수 있어 다양한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걷다보면 다양한 생태생물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자연생태를 만나다 ‘수변로’

군산 청암산 에코라운드에서는 어떤 자연생태생물을 만날 수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건, 훌쩍 커 있어 고개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키 큰 나무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낙엽 지는 키 큰 나무 중 하나는 ‘왕버들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모든 버들의 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만큼 수백 년을 살며 자라는 곳이 습지 부근이나 물이 있는 개울가다.
아시아 원산이 낙엽 지는 ‘벽오동나무’도 볼 수 있다.
아시아 원산인 벽오동나무는 이름에 붙은 오동과 넓은 잎이 오동나무와 비슷하지만, 추위에 약해 남쪽 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산벚나무’와도 인사한다. 장미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 눈길을 더욱 가는 나무 중 하나다. 낙엽 지는 덩굴나무인 청미래덩굴도 만났다.
산기슭에서 자라며 구불구불한 뿌리는 토복령이라 부르며 약재로 쓴다 해서 유명하다.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명감나무로,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로, 황해도에서 매발톱가시로, 강원도에서는 참열매덩굴로, 일부에서는 멍개나무 또는 망개나무로도 불리는 예명이 많은 친구다.
다양한 ‘풀’도 볼 수 있다.
등심 초라고 불리는 ‘골풀’은 물의 물기나 습지에서 자라는 풀로, 꽃은 5~7월 줄기 윗부분에서 차례로 달린다고 한다. 사초과의 ‘큰고랭이’는 연못이나 호수의 얕은 물속에서 무리지어 자라나며, 열매가 넓은 타원 모양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단면이 렌즈 모양으로 눈에 띈다고 전해 들었다.
수변로는 걷는 걸음마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하다. 특히 청암산에서 유일하게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 습지를 이용해 만든 생태연못은 군산 호수에서 서식하는 수생 동‧식물과 함께 호수 위에서 유유자적 놀고 있는 철새도 직접 볼 수 있다.

▲발걸음을 멈추다 ‘죽향길’

억새풀밭을 지나 제방 끝 정자 쉼터부터 수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와 편백 삼림욕장에 다다른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소나무와 편백나무 그늘 아래 평상과 배드 쉼터에 누워 귀 기울이면 작은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삼림욕장을
지나면 대나무 숲 죽향길을 만난다. 이곳 대나무 숲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대나무는 본래 군산 호수가 만들어지기 전, 1930~40년대에는 인근 주민들에게 아주 짭짤한 부수입원 이었단다. 만경강 하구의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한 개매기로 고기를 잡던 어부들이 이곳에서 대나무를 구해가면서 찾는 손길이 늘었다는 것. 대나무를 가득 실은 달구지가 줄지어 넘어갔다는 고개가 회현면 죽동마을이 위치한 사오갯길. 저수지가 생기며 대부분 길과 마을은 수몰되고, 대나무가 많아 댓골이라고 불렸던 죽동마을이 남아있다. 실제 대나무 숲 죽향길에서 아랫방향으로 쭉 내려가면 죽동마을과 맞닿아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 대나무 숲 죽향길을 지나면 왕 버드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군산 호수에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견뎌온 왕 버드나무들을 볼 수 있는 이곳은 물이 맑은 날에는 사진촬영 명소로도 손꼽힌다고 한다.
대나무 숲 끝에 위치한
정자인 ‘청암정’에는 군산과 청암산에서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을 소개하고 습지의 중요성과 생태보호에 관련된 정보를 얻어갈 수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군산저수지는 본래 군산 시민의 물줄기 역할을 해온 저수지로 45년간 보존된 원시림 덕분에 자연치유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생태관찰 체험은 물론, 다양한 도보여행까지 즐길 수 있는 ‘군산 청암산 에코라운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자연생태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올 수 있는 곳, 지친 일상에 힐링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박세린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