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상생의 정신으로 농심 풍년들게 해야”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 김형민 기자l승인2021.10.19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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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했습니다.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됩니다. 논의가 시작된 지 10여년이 흘렀는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기부한도와 세액공제율이 낮은 것은 추가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20일 정읍농협 사무실에서 마주한 유남영 조합장의 첫 일성이다.

정읍농협은 현재 추곡수매가 한창이다. 산물벼(수분 15.5%)로 시작해서 찰벼, 건벼에 이르기까지 6주 동안은 눈코 뜰 새 없으며, 수매와 농기계 수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휴일을 반납해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올해는 풍년을 기대했었는데, 가을장마로 병해충이 많이 발생해 쭉정이가 많습니다. 농업현장에서 느끼는 농심의 풍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고 유 조합장은 말한다.

정읍농협은 매년 10만가마(40kg/조곡) 정도를 수매한다. 가격 확정 전까지 우선지급금을 농가들의 통장에 넣어주고, 추후 가격이 확정되면 차액을 지급한다. 또한 쌀값이 올라서 정읍농협에 수익이 발생하면 이또한 농가들에게 추가로 지급한다.

유 조합장은 “농협이 쌀 팔아서 돈 번다면, 생산자에게 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비싸게 판다는 얘긴데, 농산물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고 봅니다. 농협은 상생의 정신으로 농심(農心)에 풍년들게 해야 합니다”라고 역설한다.

상생경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빠지면서 농촌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해졌다. 정읍농협은 약 5년 전부터 농업인들의 농작업을 대행해 왔고, 4년 전부터는 농촌일자리 중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약 치는 것부터 모심기, 수확까지 모든 농작업을 대행해 주고 있다. 아울러 일손부족을 겪고 있는 농업인을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알선하고 있다.

“농작업 대행은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며, 새벽 4시부터 준비해서 현장에 투입되고 휴일 없이 진행되는 고된 작업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농작업 대행이 많이 늘었습니다. 장마가 길어진 탓에 직원들로서는 최대한 소화하려고 하지만 벅찬 것도 사실입니다.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노동이기에 조합장을 믿고 따르는 직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농협의 존재 가치는 농민·농업·농촌입니다. 농민을 위하지 않고, 농민을 보호하지 않고 어떻게 농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유 조합장은 자신의 철학을 강조한다.

이에 본보는 미완의 ‘농업대통령’이라 불리는 유 조합장을 만나 그의 얘기를 좀더 자세히 들어봤다.

▲최근 ESG경영이 이슈이자 화두입니다.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닌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말 그대로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환경 보호·사회적 가치·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해야 기업들이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떻게 시작하고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과 실천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푸드마일리지라는 용어를 잘 아실 텐데요, 농산물 또는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말합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깁니다.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신선도, 유통(차량,선박,비행기)에 따르는 농약이나, 화학약품 사용, 온실가스 배출 등이 소비자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가능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식품의 안전성과 신선도가 높으면서 유통에 따른 환경오염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그 시작입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과정 없이 지역에서 소비하니까요.

▲치유농업 역시 화제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올해 3월 25일에 치유농업법이 전면 시행되었습니다.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회복과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농업·농촌의 자원을 활용하게 됩니다. 또한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의 조기 확산과 체계적 지원을 위해 전담 조직인 치유농업추진단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의 경우 네덜란드와 영국은 건강보험과 연계해 치유농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백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예, 곤충, 자연경관, 동물 매개 등 농업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치유자원을 활용하여 만성질환자, 치매, 소외계층, 아동 등 대상자별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치유농업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봅니다.

▲농업농촌이 어려운데 코로나19라는 상황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신다면?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농부가 부를 누리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분명 몇몇 국가에서는 이런 현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농업인 입장에선 현실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농업이 희망이고 미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또한 기술이 농업에 끼치는 영향은 점차 커지고 있고, 과거 노동중심에서 기술과 IT가 접목해진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역별로 젊은 농업인 육성이 미래 농업을 위해서 중요합니다. 동네 뒷산도 오르려면 작은 걸음 하나가 시작이고, 튼튼한 집 지으려면 첫삽이 중요하듯 최일선에서 농업인과 마주하는게 지역농협입니다. 정읍농협 또한 농업농촌, 농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지난해 전북출신 최초로 농협중앙회장에 도전했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기 도전은 하시는지요?

-많이 듣는 얘기입니다만, 차기 도전을 벌써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농협중앙회장님을 중심으로 농협의 존재가치를 되새기고 범농협이 하나되어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국 앞에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농가 수취값 제고, 농업경영비 절감, 농식품 고부가가치 창출, 농가소득 간접지원, 농외소득원 발굴 등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농업과 농촌에 희망을 줘야 합니다. 요즈음은 한류열풍이 거셉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K-드라마, K-팝, K-뷰티 등이 영국 옥스퍼드사전에 추가될 정도로 한국의 문화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농업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울=김형민기자.bvl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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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영 조합장 프로필>

▲65세 ▲정읍출신 ▲정읍고, 광주대(행정학과) ▲정읍농협조합장 6선 ▲농협중앙회 금융지주 이사 역임▲농협중앙회 이사 역임 ▲하나로마트 선도조합협의회 감사 역임 ▲정읍시농산물유통(주) 대표이사 역임 ▲제2대 정읍시의원 역임

 


김형민 기자  ja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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