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43세.만성동)는 하루하루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셋집 찾기도 어려운데다 부족한 자금 은행 대출도 쉽지 않아 잠을 못 이룬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말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세나 집단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며 “실수요자 전세 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올해 4분기 전세 대출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이 움직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들이 비공식 간담회를 진행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전세자금대출 새 관리 방안을 오는 27일부터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은행권이 밝힌 새 관리 방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안에서 대출 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다시말해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대출을 시행할 예정이다. 

전세자금대출 신청이 가능한 시점도 크게 달라진다. 현재 은행들은 신규 전세의 경우, 입주일과 주민등록전입일 가운데 이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면 전세자금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향후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다른 곳에서 돈을 마련해 전셋값을 치르고 입주한 뒤 3개월 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반드시 잔금을 치르기 전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만 한다. 

또한 은행들은 1주택 보유자 비대면 전세대출신청도 막는다. 따라서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신청할 경우 은행 창구에서만 접수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방식의 규제는 지난달 KB국민은행이 첫 시행, 하나은행도 이달 15일부터 적용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에서는 아직 전셋값 증액분 이상의 전세자금 대출도 가능한데, 이들 은행도 일제히 전세자금대출에 같은 한도를 두기로 결정했다. 

농협 상호금융은 지난 8월 27일부터 중지됐던 지역 농·축협 준조합원 및 비조합원 대상 전세자금대출을 판매를 20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농협 상호금융은 전국 지역 농·축협에서 전세자금대출 상담과 접수를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22일부터 일반 전월세보증금 신규 대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같이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하면서 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전세대출을 과도하게 받아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매)나 '빚투'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수요가 아닌 곳에 유용될 수 있는 전세대출은 오히려 규제 문턱이 더 높아졌다. 전세대출을 재개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고삐를 더 조이며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시중 지방은행들의 경우 해당 규제 실행 여부나 시점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예정이지만 상당수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흐름에 동참할 분위기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새 관리 방안에 따를 예정이라”며 “고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지숙기자·jsbaek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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