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절기 한로(寒露)가 지났다. 한로가 지나고 아침, 저녁의 쌀쌀해진 날씨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지금 농촌에선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농업·농촌은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이상기후에 따른 유례없는 자연재해와 병충해 발생으로 벼, 과수 등의 농작물 수확이 평년만 못할 것이란 예측이다.
2020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가계 전체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전국 가구의 2020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원으로 전년대비 2.3% 감소하였으나, 식료품비 지출은 38만1천원으로 전년대비 14.6%가 증가했다. 식료품 중 육류(23.8%↑), 채소류(23.2%↑) 등의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의 계속되는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외부활동이 축소되면서 국민들의 식생활트렌드가 크게 변화했음을 나타낸다.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외식이 감소하고 가정 내 식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월평균 가계 외식비는 2020년 30만9천원으로 전년대비 7.4% 감소했으나, 가계 식료품비는 38만1천원으로 전년대비 14.6%가 증가했다.
집밥 소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식료품 구입 및 배달·테이크아웃 등이 크게 증가하고 간편식, 신선배송, 식재료·소스 시장의 성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배달음식 주문 등 음식서비스는 2020년 17조3828억원으로 전년대비 78.6%, 식료품 구입은 26조원, 53.1%가 성장해 거래액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규모는 예년보다 크게 성장하여 올해 5조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가정간편식이 배달음식 보다 집밥을 완성하는 요소로 인식되면서 시장규모가 매년 급성장하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단기 트렌드가 아닌 식문화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반조리식 ‘밀키트(Meal kit)’가 코로나19 이후 고급스러운 간편식으로 인식되면서 2017년 100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3년만에 20배 수준 성장했다고 한다.
밀키트 시장 선두업체인 ‘프레시지’의 매출액이 2018년 218억원에서 2020년 1,271억원 대로 3년 만에 6배 이상이나 성장했다.
소비자의 농식품 소비는 건강과 환경, 편리함, 개인의 독특한 취향을 고려한 소비트렌드가 더욱 활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 시장에서는 온라인에서 물품 구매 후 오프라인에서 빠른 시간 안에 픽업하는 배송 체계 시스템이 확대되고, 식품마케팅 분야에서는 유명 유투버, 블로거 등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농식품 마케팅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유통대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온라인 거래체제를 강화시키고 e커머스(e-commerce)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농협도 현재,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와 고객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소매사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 중에 있다.
비대면 거래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농축산물 전문 플랫폼 및 당일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환경 조성과 신사업 추진 등 소매사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되는 코로나19로 농식품 뿐만이 아닌 인간사의 모든 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자체와 농업관련기관들도 소비자의 소비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대별 성향을 고려한 ‘타깃 마케팅’,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 등 유통대기업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19에 따른 농식품 소비트렌드 변화가 농식품 산업 분야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농업계의 발 빠른 대응으로 힘들고 지친 우리 농업·농촌에 희망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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