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동의 특산물이자 지역 자원인 생강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인형극‘생강생강해’공연 모습. 완주로 이주한 다섯 명의 엄마들이 대본은 물론 주제가부터 배경음, 효과음까지 직접 제작했다.

“저희가 활동한 지 벌써 8년째라고 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요. 본격적으로 인형극으로 활동한 것은 2014년부터인데 세어보니까 벌써 햇수로 8년이나 됐더라구요. 그래서 종종 ‘장수’의 비결을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글쎄요... 재미있는 일을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해요.”

여기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는 인형극단이 있다. 바로 김송화 대표를 비롯 5명의 엄마들이 활동하고 있는 ‘깔깔깔 인형극단’이다. ‘깔깔깔’이라는 이름에는 아이들이 인형극을 보고 재미있게 웃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다.

“처음에 저희가 만나게 된 건 2013년 동화구연수업이었어요. 저는 결혼하자마자 완주군 봉동읍으로 이주했는데,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가 완주에서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동화구연이었어요. 사실 아이 때문에 시작했는데, 제가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운이 좋게도 그 수업을 계기로 마음이 맞는 엄마들을 만나게 됐어요. 다들 사연은 다르지만 연고 없는 완주로 이주해 와 인형극으로 만나고 활동을 시작한 거죠.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서로 소통하고 함께 활동을 고민하다가 그해 10월에 공동체를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좀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저희가 찾은 방법이 바로 ‘인형극’이었어요.”

활동 초기, 다섯 명의 엄마들은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며 시간을 쪼개고 밤을 새워 가며 인형극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형극 소재 발굴부터 대본작성, 인형 만들기, 공연까지 인형극을 만드는 전 과정을 아이들에게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김송화 대표와 ‘깔깔깔 인형극단’도 변화를 겪었다. 인형극을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엄마들은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고,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저희의 인형극은 다섯 명의 엄마들이 인형극의 모든 과정에 다 같이 참여하고 완성해요. 대본을 쓰는 것부터 무대를 세우고 인형을 만드는 인형극의 전 과정이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정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단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대본 쓰기’에요. 초창기에는 인형극 대본을 찾아보거나 전래동화를 각색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에 대해 단원들과 계속 고민했죠. 그런 고민을 하면서 대본 작가님도 만나고, 컨설팅도 받으면서 우리만의 대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가 쓰고 공연하면 그 이야기를 더 잘 담아낼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나 둘씩 대본을 쓰기 시작했고, 창작극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2021년, ‘깔깔깔 인형극단’으로 무대에 올린 인형극은 어느덧 스무 편이 훌쩍 넘었다. 전래동화 뿐 아니라 직접 쓴 대본을 통해 다문화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이해를 돕는 내용(‘사랑에 빠진 개구리’, ‘달라도 우리는 친구사이’), 안전한 먹거리(‘미나의 황금똥’), 유아성교육(‘나는 어디서 왔을까?’), 지역특산물에 대한 이해(‘생강생강해’) 등 아이들이 인형극을 통해 재밌고 자연스럽게 지역을 이해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냈다. 그 중 다문화 이해 인형극 ‘사랑에 빠진 개구리’와 같은 작품은 도내 각 유치원과 학교, 도서관에서 연이어 초청돼 공연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랑에 빠진 개구리’는 아이들이 인형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에요. 완주군 뿐 아니라 도내에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가진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런 서로의 차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실 이 작품은 저희 작품 중에서도 제일 많이 공연된 작품이기도 해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때로는 공연으로, 때로는 인형극을 만드는 과정으로,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이 작품을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주제에 대해 그래도 어른들은 비교적 교육하기 쉬운데, 사실 아이들은 좀 어렵거든요. 그럴 때 인형극 만한 게 없더라고요.”

하지만 인형극을 만들고 공연하는 과정이 매번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육아와 가사를 인형극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지역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때로는 작품 하나 올리는 데에도 1년이 넘게 걸릴 때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인형극의 특성과 작은 실수에도 반응하는 아이들을 고려해 평소에도 시간을 쪼개 꾸준히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렇게 시간을 쪼개가며 힘들게 만든 인형극이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어요. ‘생강생강해’라는 작품인데, 봉동의 특산물이자 우리 지역의 자원인 생강에 대한 내용이에요. 이 작품이 특별했던 게, 그전까지는 대본은 저희가 써도 음악은 거기에 맞는 동요를 사용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주제가부터 배경음, 효과음까지 저희가 다 직접 만들었어요. 내용도 그렇고 정성을 정말 많이 들였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상황때문에 작품을 많이 알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공연을 통해 많이 사랑받을 수 있겠죠?”

어느 덧 활동 8년 차, 그동안 도내 유치원과 학교,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오며 ‘깔깔깔 인형극단’과 김송화 대표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인형극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함께 할 있는 장르이니 만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래서 ‘깔깔깔 인형극단’이 있는 완주에서만큼이라도 인형극을 보는 것이 쉬운 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 이루어 낸 행복한 문화, 김송화 대표와 ‘깔깔깔 인형극단’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더 기대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