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물으면/이렇게 대답하지요./뭘 하긴요?/그냥 내려놓아야지요//살다보니/거리낌 없던 일/한때 있었지만/그것은 추억 속의 일이지요//('뭐 하실 건데요?' 중에서)"

송일섭 시인의 시집 '뜬장(신아출판사)'에 담긴 시들은 무심하지만, 다정함이 묻어있다. 

빛바랜 풍경들이 아른거리고,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와 쓸쓸히 사라져가는 것들을 되살려낸다. 

아스라이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시인은 "한때는 화약 냄새, 피 냄새 진동했을('구찌터널에서'중에서)" 잔혹했던 전쟁의 상처를 끄집어내고, "이것저것 챙기다가/꿈을 잊어버리고/세월에 발맞추며/촌로처럼 늙어가고 있다('정자나무를 보며' 중에서)"며 마을 앞 오래된 정자나무를 통해 지난날을 추억하게 한다. 

‘뜬장’, ‘구찌터널’, ‘응늪’ 등 다소 생소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지만, 그의 보편적 감수성 덕분에 독자들은 시 속에 충분히 몰입하게 된다. 

무엇보다 의연한 화자의 태도와 풍부한 서사는 때때로 웃음과 감동을 전달하며 감성적 풍요로움을 극대화 시킨다. 

전북예총 소재호 회장은 “송일섭 시인의 시를 깊이 정독해 보면 편편마다 은밀한 그림자를 잠복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잠재된 내면세계, 의식 이전의 경험 인상이 똬리를 틀어 인간의 심리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아픈 내면을 외상에서 역설적으로 유추해낸다”고 덧붙였다. 

사실 시는 태생적으로 노래이자, 말하는 그림과 같다. 생명의식의 고양과 만물의 생동을 의미하는 회화적 요소, 음악적 요소, 의미적 요소 등 3가지를 모두 갖춰야만 그 진가를 발휘한다. 

5부로 구성된 송 시인의 시집 ‘뜬장’ 속 81편의 시에는 회화적, 음악적, 의미적 요소가 모두 갖춰져 있다. 낭만적이며 건강한 정서가 굽이치고, 공감각의 테크닉이 빼어나 시적 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송일섭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모자라고 부족한 글”이라고 고백하며, “세상의 곡비가 되어 세상의 울음을 대신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송일섭 시인은 군산고등학교 교장과 구이중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2009년 ‘수필시대’로 등단한 송 시인은 2020년 전북대상 수상했다. 

지금까지 ‘당신이 준 연애의 맛’, ‘나는 다시 헤세를 펼쳤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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