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라는 용어는 워낙 자주 광범위하게 쓰여 혼란을 야기한다. 대략 외부의 위협이나 공격에 대해 자신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저항하는 반응이라는 정도의 정의가 통용된다. 먼 옛날 인류의 조상들 역시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었다. 늘 맹수의 습격 등 목숨을 노리는 위협이 도사린 상황에서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그때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가 바로 스트레스였다.

균형과 안정을 깨트리는 변화에 사람이 대처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흔히 ‘투쟁 도피 그리고 경직’이라는 반응이다. 맹수가 덮치면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먼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뻣뻣하게 굳어 죽은 척하는 것이다.

그중 어떤 것이 바람직 하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렇지만 몸의 반응은 같다. 보통 세 단계를 밟는데 1단계는 경보 반응이고 2단계는 저항 반응이며 3단계는 탈진 반응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누구나 짜증이 난다. 이 짜증은 몸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불안과 우울이라는 정신적 상흔이 남고 나아가 몸의 면역 기능이 저하돼 각종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물론 일시적 스트레스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몸과 마음에 활력을 준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만성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일어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위궤양, 심장병과 같은 질병 외에도 면역력 저하, 비만, 인지 능력 퇴보, 불면증, 피로 등이 찾아온다. 특히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은 초기 인류 조상들과는 달리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많지 않다. 꾹꾹 눌러 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병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심한 스트레스가 심근경색, 뇌줄중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18일 나왔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의대 연구팀은 21개국 남녀 11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가 아주 심한 그룹은 스트레스가 가벼운 그룹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22% 높았다. 심근경색 발병률은 24%, 뇌졸중 발생률은 30% 높았다. 연구팀은 그 원인에 대해 동맥경화와 혈전 형성 등 체내에서 진행되는 여러 과정에 스트레스가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음으로 몸을 다스리자는 주장이 있다. 심신의학 쪽에서 역설하는 바다. 투쟁-도피 반응이 아닌 이완반응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막자는 것이다. 명상이나 요가, 운동, 취미 활동, 산책 등이 권고된다. 낙천적이고 개방적이며 긍정적인 자세도 해결책이다. 실천이 말만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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