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신속성, 정확성, 간결성, 객관성 등 여러 요소가 거론된다. 이중 신속성은 속보성이라고 하는데 빨리 전달하는 게 목표다. 정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 대통령을 대령으로 오자를 낸 신문이 곤욕을 치른 예가 있다. 간결성은 짧게 쓰는 것이다. 객관성은 편향되지 않은 보도 자세다.
그런데 그런 원칙들이 요즘 들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우선 속보성에서 신문은 물론 방송까지도 SNS 등에 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많은 휴대폰으로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는 것을 전통 매체들이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간결성도 도전에 직면해 있다. 숏폼이라고 부르는 간결성은 심층 보도라는 형식을 통해 어느 정도 수정이 가해지고 있다. 다만 정확성이나 객관성은 기존 뉴스매체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다. 개인들이 생산하는 뉴스는 가짜 시비에 휘말릴 때가 잦고 주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뉴저널리즘 운동을 통해 간결함보다는 생생한 묘사와 대화, 스토리텔링 기법이 뉴스에 도입된 적이 있다. 문학 저널리즘인 셈이다. 객관성이나 간결성 보다는 이야기 형식으로 사건의 본질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소설적 기법을 활용해 뉴스 현장의 깊숙한 부분을 건드림으로써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무책임한 보도 태도라는 비판에 직면해 결국 오래가지는 못했다.
당시 이 분야에서 활동한 미국 저널리스트로는 존 허시, 톰 울프, 노먼 메일러, 게이 탤리즈 등이 있다. 대부분 남성 저널리스트였다. 다만 조앤 디디온이라는 여류작가가 거의 유일하게 뉴저널리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그녀는 나중에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뉴저널리즘의 기수이자 유명작가인 조앤 디디온이 지난 22일 타계했다. 향년 87세. 그녀는 소설처럼 읽히는 새로운 형식의 뉴스 스토리를 썼다. 원래 잡지사 기자로 시작한 그녀는 소설과 시나리오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미국 문단의 스타가 됐다. 우리가 잘 아는 1976년 영화 ‘스타 탄생’ 시나리오는 그녀와 남편 존 그레고리 던이 함께 쓴 작품이다.
요즘 우리나라 언론계에서도 뉴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저널리즘 미래를 전망하면서 내러티브 혹은 스토리텔링이 화두가 된 것이다. 이리저리 치여 쪼그라든 전통 뉴스매체들이 주관성과 픽션의 기법으로 활로를 열고자 하는 흐름이다. 현실적으로는 육하원칙에 의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보완해 긴 호흡의 피처 장르 기사를 많이 쓰자는 제안이다. 조앤 디디온이 보여준 차갑고 개성 넘치는 문체와 내러티브를 우리나라 저널리즘에서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