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말해서 5천 년 동안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는 멀지 않아 종결될 것이고 희망과 서광에 찬 새로운 민족사가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대선사이자 대사상가, 참교육자인 탄허스님(1913~1983)의 말이다. 그는 또 장래의 일을 꿰뚫어 보는 예언가이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민족정신에 입각해 한국의 미래를 밝게 보고 방향을 제시했다. 탄허의 미래 예측 중 가장 유명한 것들을 몇 가지 더 들어보자.

“서해의 대륙붕이 솟아올라 우리 국토는 넓어지는 반면 일본 국토의 3분의 2가량이 바다에 잠겨 침몰할 것이다.”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중심국이 될 것이다.”

“지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핵 폭발 등이 일어나 핵 보유국들이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상당수는 실현되었고 일부는 아직 예언으로만 남아 있다.

하지만 탄허는 예언가로서 보다는 위대한 선사이자 사상가로의 면모가 더 두드러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의 사상적 지평은 한없이 넓고 깊다. 탄허의 가장 큰 업적은 1975년 발간된 원고지 6만2천500장 분량의 책 ‘신화엄경합론’이다. 원효·의상 대사 이후 가장 큰 불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또 ‘논어’, ‘맹자’, ‘주역’ 등 유가 경전에 능통한 것은 물론 노장철학, 도참사상, 기독교 사상까지 두루 섭렵하고 통달했다. 심지어는 서양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까지 포용했다. 물론 그 바탕은 항상 불교였다.

탄허 연구로 이름 높은 문광스님의 저서 ‘탄허학 연구’가 최근 발간됐다. 이 책은 탄허의 사상을 총체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리고 탄허의 선 사상이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통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광스님은 탄허와 성철스님을 비교하면서 “성철스님은 홀로 우뚝 솟은 에베레스트산이라면 탄허스님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태평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책은 결론적으로 한국 사상의 정수인 탄허학은 21세기 인류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연구자들은 탄허의 도참사상 등 다양한 사상적 프리즘을 하나의 방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리석은 대중을 깨우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화엄사상이다. 그가 지향한 화장장엄세계는 깨끗하고 두루하며 차별이 없는 크나큰 세계다. 앞으로 탄허학이 더 융성해 길을 잃은 대중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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