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은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이 매우 적은 그래서 논쟁이 치열한 고대 정치연맹체다. 대체로 지금까지 정설이 된 것은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서 진한·변한과 함께 삼한시대를 구성했으며 공간적으로는 경기 충청 전라지역을 포괄하는 꽤 넓은 영역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54개 부족 국가들이 연맹체를 형성했는데 백제 역시 그중 하나였다. 마한이 역사 무대에서 사라진 시기는 대략 4세기 후반으로 백제 근초고왕 시절에 백제에 병합된다.

이 마한의 역사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2020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다. 이 법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고대 역사문화권과 그 문화권별 문화유산을 연구 조사하고 발굴 복원하여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법은 당초 가야가 대상이었으나 나중에 고대 문화권으로 변경되면서 고구려 ·신라 · 백제 · 가야 · 탐라와 함께 마한이 포함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법이 규정한 마한 문화권이 영산강 유역의 전남에 국한된 것이다. 마한은 경기도부터 충청, 전라 전 지역이 그 영역이었다. 전남만으로 규정하면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5세기 마한이 실종되는 결과를 낳는다.

전남이 영산강 유역을 마한으로 주장하는 것은 4세기 후반에서 6세기 영산강과 전북 고창 일대에 존재한 정치체를 근거로 한다. 신미국을 중심으로 20여 개 마한 소국들이 백제와 병존하면서 중국이나 일본과 교류하는 등 해상왕국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돌로 쌓은 고분 등 고고학적 증거들이 나오면서 이 주장은 힘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북이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전북은 20여 개의 마한 소국들이 성립한 지역이다. 또 마한의 맹주국인 목지국이 익산에 있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전북은 마한 문화권에 전북을 포함시키기 위해 건의문을 내는 등 조직적 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말 드디어 마한 문화권에 전북, 충청 등을 포함 시키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률상 마한이 제 모습을 되찾은 셈이다. 전북으로서는 마한과 뒤를 이은 백제의 중심이었던 만큼 법안 통과를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얼핏 지역사 연구가 지역발전과 별 상관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지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하면서 활용방안을 찾는 것은 지역사회 활력화에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다. 정체성 정립은 물론이고 관광산업 진흥, 지역 개발 방향 설정, 시민 교육 등에서 지역사는 큰 역할을 담당한다. 마한 문화권에 전북이 포함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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