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의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반파가야와 기문가야 등 전북가야의 모습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반파가야 왕도인 장계 삼봉리 고분 터에서 2021년 말 느낀 그 감동은 지금도 강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백두대간이 남해를 향해 달리던 도중 장계 분지에 왕국 하나를 선사한 듯한 느낌이다. 삼봉리 고분에서 둥두렷이  둘러싼 백화산 자락을 병풍삼아 고대국가 반파가야 왕도가 펼쳐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반파가야 유적과 유물이 속속 확인되는 이 시점에서 반파가야의 영광을 되살리는 왕도복원사업을 제안한다. 

  반파가야 왕국은 고기리와 탑동 두 군데에 궁성을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궁성 뿐 아니라 왜와 백제, 신라 등 주변국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8개 방면 120여 기의 봉후를 운영했다. 또 삼봉리 봉후 주변에서는 산성을 축조했던 사실이 사학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군산대학교 곽장근 교수는 반파가야의 고분이 240여 기, 제철유적지가 218개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파가야는 니켈성분이 많이 함유된 당대 최고의 철을 생산하는 철의 왕국이었다, 전북 동부의 철과 서부의 소금을 교역하는 동철서염(東鐵西鹽) 경제의 주역이었다.

  반파가야는 4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기까지 150여 년 동안 금산, 완주, 무주, 진안, 장수, 임실 등 3백여 리를 강역으로 했다. 반파가야는 남원 기문가야를 보호하며 철을 바탕으로 섬진강 하동포구에서 왜와 전쟁을 벌이거나 신라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또 백제와 자웅을 겨루다 결국 521년에 백제에 종속된 나라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 이도학 교수, 중앙대학교 송화섭 교수 등은 문헌사적으로 반파가야의 존재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파가야는 독립된 정치체로서 전북 동부 산간에서 최첨단 철기문화를 구가한 철의 왕국(Iron Kingdom)이었다. 반파가야의 전통은 백제, 후백제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전북의 역사를 구성하게 된다. 

  철의 왕국, 아이언 밸리(Iron Valley)로서 반파가야 왕도를 우리 시대에 복원하면 어떨까? 장계는 농촌도시로서 가야유적이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인구감소로 도시가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정부가 (가칭) 반파가야왕도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게 절실하다고 본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북이 가야역사문화권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왕도 복원사업 추진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먼저 가약 역사 복원, 왕궁 유적지로 추정되는 탑동과 고기리 일대 지표조사 및 유적 발굴 사업이 필요하다. 현 지표 상태를 유지하며 가야 궁성의 전각과 성벽 등 복원, 가야마을과 제철소, 봉화 조성, 고분군 정비 등의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한 관광경제 부흥과 문화산업 진흥 정책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사업기간은 2022년 준비 작업을 거쳐 2023년부터 5년 단위로 정하되 기본적으로 2032년까지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6월 1일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유력정당을 대상으로 공약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이 같이 사업이 추진되면, 천6백년 고도 장계의 위상 정립, 제2의 도약 계기, 멸실돼가는 가야 역사 정립, 백제·후백제 역사 등 통시적 역사관 완성,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 공고화, 반파·기문가야 왕궁 복원으로 국민 자긍심 고취, 그리고 가야마을 조성으로 관광경제 부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건설경제를 살리며 역사자원 확충, 반파가야 역사문화를 산업으로 승화와 경제활성화, 왕궁 복원 후 전주·새만금 지역과의 연계, 가야마을·생태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재생 사업 등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삼고리와 삼봉리 고분군을 국가사적으로 지정하고, 정비하는 등 문화재 당국의 선제 조처가 시급하다. 아울러 전라북도는 반파가야 역사정립의 성과를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탐방지원과 가야사 교과서 편찬 등의 사업을 추진해줄 것을 제안한다. 고대국가 반파가야 왕국이 재현되면 장계는 세계적 명소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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