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석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2020년 전 세계 미술계는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전시 등 가상현실 속 미술에 대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마르셀 뒤샹이 제작한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 ‘샘’ 발표 이후부터 예술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듯이, 현재 미술계는 기존에 정의 가능했던 하나의 미술이론 체계에 맞추어지지 않는 동시대 미술의 특징들이 ‘다원예술’ 등 다양한 양상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렇듯 현대미술에 대한 의미 확장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도민들의 의식과 관심

또한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19로 인해 발발한 전시환경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미술관 개념 확장의 움직임은 기존의 단순한 전시 공간으로서 화이트 큐브 형태 미술관의 설 자리를 잃어가게 하고 있다. 한편 현대의 미술관들은 공공미술관의 공익성과 교육, 관객참여형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아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과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공공목적을 중시하는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역할을 강조한 결과로 해석된다.

2019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4개월간 증축과 리모델링 공사에 5,075억 원을 투입한 대규모 공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2018년 개관하여 국내 최초로 “보이는 수장고” 개념을 도입했다. 유리창을 통해 대표 소장품의 수장, 보존 상태를 미술관 2층부터 4층까지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관람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가능케 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총 115억의 건립예산을 투입하여 올해 3월 “대전시립미술관 개방형 수장고”를 완공했다. 개관 20년 이상 된 전국 공립미술관 가운데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총 260억의 예산을 확보하여 2024년 9월까지 완공하는 건물 내부리모델링 공사 일정을 확정했다. 전북도립미술관(이하, 도립미술관)도 이러한 문화기관의 변화와 흐름에 발맞춰 2004년 10월 개관 이후 첫 리모델링 공사를 2020년 9월에 시작해서 올해 2월까지 마무리했다. 기존의 지역 공립미술관 중에서 신축이나 증축이 아닌 ‘야외정원 및 건물 외관 리모델링’ 사례로는 국내 최초로 전국적인 관심과 이목을 끌었다(『동아일보』 제30767호 2020년 7월 23일자 A22면 참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조각 정원이 있는 미술관으로 유명한 “드 영 뮤지엄(de Young museum)”이 있다. 이곳의 핫 플레이스는 ‘하몬 타워 전망대’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명성이 높지만, 인위적으로 설치된 타워라는 한계를 지녔다. 하지만 도립미술관은 모악산을 뒷배경으로 전방에 구이 호수가 펼쳐져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야외경관을 지니고 있어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미술관들과 견주어봐도 손색이 없는 외적 환경을 자랑한다.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도립미술관 2층 입구까지의 높은 계단과 앞마당 가로수를 제거하고 어린이 놀이터를 야외 광장 쪽으로 이동시켜 넓은 시야를 확보했다. 제거한 가로수 대신 잔디밭을 깔고 낮은 높이의 가로등을 설치함으로써 수려한 전망을 비롯해 시각적으로 매력 넘치는 야외정원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사진1~2).

도립미술관 야외 공간을 업그레이드하여 건물 외부 경관이 주요 관람 요소가 될 수 있도록 명소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다채로운 교육 및 복합문화 프로그램이 포용 가능한 공간조성 노력을 하나, 둘씩 실천하였다. 야외정원에 새롭게 자리 잡은 ‘웰컴라운지’는 놀이 조각 공원을 찾은 아이들의 부모님과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쉼터 공간을 제공한다. 향후 놀이 조각 공원에는 야외조각과 설치조형물을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는 ‘XR 미술산책’ 등 새로운 형태의 미술체험을 관람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도립미술관에 변변한 교육 문화프로그램이나 이벤트와 같은 관람객 접점이 매우 빈약하다는 지적 또한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심미성과 기능성을 갖춘 야외정원의 재구성, 미술관 건축을 살리고 가시성을 더할 경관조명, 사람들이 좋아하는 놀이터의 개념을 확대하여 미술관 앞마당이 진정한 놀이와 여가 휴식, 체험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도립미술관의 경관 리모델링 사업은 미술관 생애주기에 새로운 단계를 알리는 신호탄으로서 미래를 향해 나가는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며, 사업의 성공적 수행은 도립미술관에 대한 도내 여러 계층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는 유인책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따라서 지금까지 진행해온 전시와 소장품 수집, 연구, 교육과 같은 기본적이고 전통적 기능에서의 미술관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내실화를 이루어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며, 이에 필요한 예산과 운영인력 역시 지속해서 확충해나가야만 상기(上記)의 목표들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도립미술관에서는 ‘야외정원 및 건물 외관 리모델링’ 사업과 함께 ‘JMA예술정원프로젝트’도 준비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 야외 광장에서 펼쳐지는 비정기 야외 전시 시리즈이다. 첫해인 올해는 《감각의 뜰》 展을 계획하였다. 미술관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내외부 환경을 대상으로 미술관의 안과 밖을 지각하고 다채로운 감각을 끄집어내고자 시도한 야외조각 전시이다. 참여미술가는 국내·외 5명[이수경, 유혜숙, 크리스토프 쿠쟁(Christophe Cuzin), 엘로디 부트리(Elodie Boutry), 실비 루아울스(Sylvie Ruaulx)]이다. 야외 설치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도립미술관의 여러 공간을 총체적으로 의식하게 하는 한편, 미술관으로 지각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지? 미술관의 건축적 요소들과 미술관을 이루는 여러 공간 사이의 관련성 속에서 미술관의 야외 광장은 어떻게 경험되는지? 미술관 주변 환경과 미술관은 어떻게 조화할 수 있는지? 등 미술관 존재론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관람객과 함께 고민하고 대화 나누기를 시도하게 된다. 전시개막은 올해 6월 3일(금)이다.

향후 도립미술관은 ‘야외정원 및 건물 외관 리모델링’에 이어서 ‘건물 리모델링’ 사업도 추진한다. 올해 2월 ‘건물 리모델링’ 기본 구상용역도 끝마쳤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층 로비(사진3), 건물 외부 우측에 카페테리아 1개 층을 증축(사진4)하고 외부계단 및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관람객 편의를 증진할 계획이다. 2층은 특수기획 전시 공간 등으로 활용할 ‘개방형 전시 공간’이 마련되며, 1층 강당은 전면에 창을 내어 야외 풍경을 안으로 품을 수 있게 디자인한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다양한 가치를 생산하는 현대적 시민 창조공간을 지칭하는 ‘아트팹랩(사진5)’, 소규모 미팅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무빙월과 벤치로 구성된 ‘오리엔테이션실’, 그리고 ‘접견실’, ‘라운지’ 등도 새롭게 마련할 예정이다. 건물 뒤편 주차장에는 반투명한 소재와 빛이 어우러져 주야간을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복층구조의 오픈형 전시 공간으로 ‘특별전시실(사진6)’을 증축하게 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부합하는 도립미술관의 공적 역할에 대한 고민은 생태·가족·놀이·예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창의적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야외정원과 건물 외관 리모델링’ 완공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내년 3월부터 진행 예정인 ‘건물 리모델링’ 사업 추진은 21세기 전북컬처이니셔티브로 거듭날 단초(端初)를 제공한 것이어서 도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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