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솔암

 

고창군 아산면 삼인(三仁)마을은 아산면 소재지에서 선운사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북쪽으로 약 12km 쯤 더 가면 이 마을이 나온다. 동쪽은 고창읍, 서쪽은 심원면과 해리면, 남쪽은 무장면, 북쪽은 부안면과 경계를 이룬다.

조선시대는 고창군 석곡면 삼인리가 1914년 행정구역개편에 따라 대아면과 산내면, 벽사면을 병합하여 아산면이 생겨났고, 그 후 1933년 읍면 통폐합에 의해 석곡면 일부가 아산면에 편입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가 있다. 사료에 의하면 백제 위덕왕 24년, 선운사 창건 당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는데 석상, 중촌, 삼인 세 마을을 삼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마을 뒷산인 경수산 자락을 따라 인이골을 뒤로 하고 마을 전면에는 구황봉이 높게 솟아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또한 도솔천에서 사철 흐르는 선운계곡 냇물이 마을 앞을 흐르고 있어 옛날에는 풍천장어가 노닐던 천혜의 고장이기도 했다. 이렇듯 산세가 수려하고 오염되지 않아 이곳에서 재배되는 작설차와 복분자는 전국적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여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상품이다.

이중 작설차는 이 마을의 특산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히는 진귀식품이다. 지금은 다른 지방에서도 작설차를 대량으로 재배하여 이제는 어디를 가나 작설차를 맛볼 수 있지만 이 고장의 작설차 맛을 따를 수 없다. 작설차는 차(茶)나무의 어린잎이 참새 혀끝만큼 자랐을 때 채취하여 만드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선운사 동백나무 숲 주위에서 자생하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곡우절 전후에 채취하여 구증구포 즉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서 만드는 작설차는 전통다기에서 그리 뜨겁지 않은 물에 우려낸 다음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면 혀끝에 감도는 맛이 천하일품이다.

호남의 내금강이라고 불리는 선운산은 지난 1979년에 선운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 곳은 천년고찰인 선운사와 부속암자인 도솔암, 참당암, 동운암, 석상암이 현존하고 있다. 이렇듯 선운산과 경수산 도처에는 기압괴석이 경관을 이루고 수림이 울창하여 절경을 이룬다.

또 천마봉, 낙조대, 만월대, 선학암, 봉두암, 사자암, 용문굴, 진흥굴, 삼천굴, 천왕봉, 여래봉, 인경봉, 구황봉, 노적봉 등 명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여기에 동백나무숲과 장사송, 송악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봄이면 동백, 여름에는 선운계곡의 물줄기와 그늘, 가을이면 도속계곡 꽃무릇과 단풍이 계곡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겨울이면 설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선운산 도솔계곡 일원이 명승지(제54호)로 지정되어 있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사는 변산반도와 줄포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경수산과 소요봉 사이를 흐르는 주진천 어구에서 약 2km쯤 올라가면 도달하게 된다. 보물과 천연기념물 등 20여 점에달하는 많은 문화재와 관광자원이 풍부한 선운사에는 진흥굴, 용문굴을 비롯해 천마봉, 낙조대, 사자암, 도솔계곡 등 비경이 많고 창건설화도 많이 있다.

사적기를 보면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에 의운국사가 신라 진흥왕의 사주를 받아 창건하였고 고려 충숙왕 16년에 증수하였으나 조선 선조 30년 정유재란 때 병화로 소진되고 어실(御室)만 남아 있던 것을 광해군 5년에 당시 무잔현 태수 송석조가 5년에 걸친 대역사 끝에 지어진 건물들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1400년이 지난 선운사는 조계종 제24교구 본사로 인근 정읍의 내장사와 부안군의 내소사, 개암사를 비롯해 고창, 부안, 정읍, 임실, 순창, 군산과 서울, 경기 일원에 50여개의 말사를 거느린 호남의 거찰이다.

도솔암은 도솔천 내원궁과 나한전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원궁의 지장보살좌상(보물 제280)이 대표적인 유물이다. 이 불상은 고려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도솔암 서쪽에는 전라북도 문화재자료인 나한전이 있는데 정면 3칸, 측면 1칸의 나한전에는 16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다. 나한전 오른편 바위 벼랑 쪽에 있는 속탈의 108계단을 오르면 넓은 암반대석이 펼쳐지고 바로 내원궁이 자리한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이 건물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며 건물 안에는 보물 제280호인 고려시대의 지장보살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도솔암에서 용문굴로 가는 길가에는 칠송대라 부르는 거대한 암벽이 있고 암벽 남쪽 중앙면에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 보물 제1200호(1994) 국가지정 문화재로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마애불이다.

단애부 높이가 약 37.7m이며 마애불상은 중앙에 15.7m의 높이로 지표면 위에 새겨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백제 위덕왕(554~597)이 검단선사에게 부탁하여 암벽에 불상을 조각하고 동불암이라는 닫집(공중누각)을 짓고 명치 끝에 감실을 만들어 비결록을 넣었다고 하는데 인조 26년(1648)큰 바람이 불어 닫집이 무너졌으며 이 전설을 뒷받침하듯 마애불 바위 면에는 보호누각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부러진 동목재와 쇠못이 지금도 박혀 있다.

선운사보다 먼저 창건됐다고 알려진 참당암은 1996년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서 낸 ‘고창 선운산 도장의 성립과 전개’라는 유물유적 중심 보고서에는 선운사에는 3권의 사적기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참당사사적기’에는 선운산 서쪽에는 대참사가 있으니 신라 때 의운화상이 창건한 도량이다고 기록되어 있다.

1967년 2월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선운사 동백나무숲은 선운사 동구에서 도솔암으로 가는 길목에 수령이 약 500여년은 될 법한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오 리 길에 걸쳐 장관을 이루고 있다. 언제, 누가 심었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선운사가 세워진 이후에 사찰 관계자들이 열매의 기름을 사용하기 위해 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인리 장사송(長沙松)은 선운사에서 도솔암 가는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오른편에 진흥굴이 있고 굴앞 평평한 산자락에 수령이 약 600년에 이르는 소나무 노거수(老巨樹)가 서 있는데 나무의 높이나 28m에 이르고 가슴높이 둘레는 3m이며 수간 폭은 17m에 이른다. 이 나무는 지상 2m에서 줄기가 여덟 갈래로 갈라져 있어서 멀리서 보면 큰 우산처럼 보인다. 장사송 또는 징흥송이라고도 불리는데 1988년 4월에 천연기념물 제354호로 지정됐다.

선운사 입구 암벽에 자생하고 있는 송악은 두릎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가슴높이의 줄기 둘레가 80cm에 이르고 나무의 높이는 15m에 달하는 거목이다. 이 송악은 내륙에 자생하고 있는 송악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은 10월중 늦가을에 황록색으로 피는데 가지 끝에 여러 개가 둥글게 모여서 달린다.

송악은 본래 따뜻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늘푸른 넝클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남부 일부 섬이나 해안지역 숲속에서 주로 자라며 소가 잘 먹는 식물이라고 해서 소밥이라고도 부른다. 이 송악은 1991년 11월 천연기념물 제367호로 지정되었다.

/고창=신동일기자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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