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아름다운 산새다. ‘숲의 보석, 요정’이라고 불린다. 15cm 정도로 아담한 크기지만 검은색을 비롯해 갈색, 하늘색, 붉은 색, 살구색, 녹색, 크림색 등 8가지 색을 가졌다. 화려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직접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다. 천적 눈에 잘 띄는 만큼 잡아먹힐 위험도 높은 탓에 깊은 숲속에서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특성을 갖는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탐조가들은 그래서 팔색조를 울음소리를 녹음하는 방법으로 찾아낸다. 
  이 새는 우리나라 텃새는 아니고 철새다. 멀리 동남아 지역에서 겨울을 보낸 뒤 여름에 한국이나 일본, 중국을 찾는다. 여기서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한 다음 9월이나 10월 중 동남아시아로 돌아간다. 세계적으로 그 숫자가 1천 마리에서 6천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워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50여 마리에서 1천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만큼 귀한 새다. 팔색조는 전 세계적으로 48종에 달하는 데 멸종 위기종이 많다고 한다. 벌목이나 산림 개발에 따른 숲의 훼손으로 이들의 생존과 번식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팔색조를 환경부 멸종위기 Ⅱ급 및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204호로 지정해 보호하는 중이다. 특히 경남 거제시 학동리 동백나무 숲은 팔색조 번식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태다. 
  그렇다고 팔색조가 거제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 제주와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고 요즘에는 중부평야지대를 비롯해 전북 고창 운곡습지 등 전국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22곳에서 ‘호오잇, 호오잇’하는 팔색조 울음소리를 확인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따뜻한 곳을 찾는 팔색조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데 따른 것이다.
  그 팔색조가 올해에도 우리나라에 왔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13일 거제 동부면에서 올해 처음 팔색조의 소리를 확인하고 동영상과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는 시기적으로 가장 빠른 도래라고 이를 확인한 거제자연의 벗 거제에코투어 김영춘 대표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수 팔색조들이 전국 각지에서 발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 팔색조 같은 매력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한다. 다재다능한 사람을 다양한 빛깔을 가진 팔색조로 비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팔색조를 아주 반가운 손님으로 맞았다. 이 새를 잘 보호하는 것이 큰 숙제다. 팔색조 서식지가 넓어지고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한반도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생태계 재앙으로 여겨지는 기후변화가 이들 팔색조에게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세상사 모든 것에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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