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2억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식적으로는 380만 가구가 가입했으나 실제 이용자 수는 1천만 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해 매출액은 2021년 기준 297억 달러이며 순익만도 51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기업의 특성 중 하나는 여성 임원이 많다는 것이다. 이 회사가 발표한 ‘포용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현재 넷플릭스 간부급 직위(디렉터 이상)의 51.7%, 고위 경영진(임원급) 45%가 여성이다. 
  넷플릭스 측은 이에 대해 모두가 성공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포용적인 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언명했다. 
  반면 우리나라 현실은 암담하다. 
  몇 가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 수 있다. 먼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OECD 28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유리천장이란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여성 차별 정도다. 올해 1분기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전체의 6.3%에 불과하다. 넷플릭스와 비교 자체가 어려운 수치다. 작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여성 임원이 0명인 상장법인이 무려 63.7%나 됐다. 
  또 우리나라가 적어도 기업 여성 임원 면에서는 ‘유리 에스컬레이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유리 에스컬레이터’는 여성이 더 많은 직업이나 업종에서조차 임원직 진출 가능성이 여성은 낮고 남성이 높은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여성 진출이 많은 교육서비스업에서도 여성 임원은 15.3%에 그쳤다. 그나마 이 분야가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이었다. 그 외 분야는 여성 임원 비율이 한 자리 숫자에 머물렀다. 
  여권이 강한 유럽연합 EU가 ‘유리 천장 파괴’ 선언을 했다. 최근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과 과 유럽 의회는 2026년 6월까지 상장기업 이사회 구성원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목표에 합의했다는 보도다. 목표에 미달한 기업은 투명하고 성중립적인 기준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미준수 기업에 대한 제재도 도입된다. 현재 유럽연합의 주요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비중은 31.3%에 달한다.
  우리로서는 서구의 여성 지위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여성의 사회경제적 파워가 커지는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쉬코노미(sheconomy)트렌드에 걸맞다. 쉬코노미란 미국에서 여성 소비자(she)가 전체 구매 결정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에서 나온 용어다. 우리나라도 이제 여성 임원 할당제 강화 등 제도를 통한 여성 지위 향상에 힘써야 할 시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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