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때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원산지나 다름없는 위치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친 우리나라는 근대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뒤따라갔다. 해방 후 미국 문화가 들어와 일본 대중문화의 위력이 다소 주춤했지만 TV프로그램 베끼기에서부터 영화나 애니메이션, 가요 등에서 일본색이 짙었다. 오죽하면 왜색 문화라고 해서 일본 대중문화의 수입을 아예 금지하는 조치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1998년 한일간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일본 내에서 한국 대중문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시작은 영화 ‘쉬리’였다. 이후 드라마 ‘겨울연가’,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와 빅뱅, 카라, 소녀시대 등이 줄지어 일본에서 세를 떨쳤다. 그러다 2010년 일본 내 한류가 침체기를 맞았다. 한일관계의 악화로 한류의 침체는 더욱 길어지고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BTS의 등장은 새로운 탈출구가 됐다. 2020년대 4차 한류로 불리는 현상이다. 세계적 인기의 BTS는 일본에서도 강세를 보였고 트와이스나 블랙핑크 등도 가세했다. 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TV 드라마가 인기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한류 강세는 코로나 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덕분이기도 하고 넷플릭스 같은 OTT의 보급도 한 몫 단단히 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일본에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올 3월 일본 넷플릭스 종합 순위에서 10위 내에 8~9개의 한국 드라마가 포함됐다. 
  한류 열풍은 이제 대중문화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번져나가고 있다. K-푸드, K-뷰티, 한국어 배우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한류 바람이 불어닥쳤다. 현지 동포들 사이에서도 이런 붐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라고 한다.
  그런데 4차 한류가 드디어 한국 관광 열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외국인 관광객 전면 개방에 따라 일본 젊은이들이 대거 비자 신청을 하기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도쿄 주일한국영사관을 비롯해 비자 신청 창구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형성되고 그나마 순서를 타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들은 비자 발급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데도 줄서기를 계속하는 실정이다.
  사실 한일 관계는 아직도 냉랭하다. 새 정부가 일본 정부에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그런 상황서 벌어진 4차 한류와 한국 방문 붐은 문화교류를 통한 양국의 대화와 소통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더욱이 이런 흐름이 한국 정부의 지원이나 미디어 홍보를 통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 스스로의 선택과 능동성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양국 젊은이들이 상호 호혜적인 대중문화를 통해 배타주의와 혐오 대신 상호 이해의 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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