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자들은 남장을 잘하지 한벽당에서 검무가 한창이네 유리 빛 푸른 물에 그림자 보려 하나 보이지 않고 한벽당 안에 돌려 추는 춤 서릿발 같네(신광수 '석북집' 한벽당 4번 곡 중에서)

전북전통춤연구원(옛 산조전통무용단)이 전북 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는 ‘전라(전주)검무’의 원형을 찾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는 30일 오후 2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 중회의실에서 ‘전라검무 학술 세미나’를, 오후 5시에는 명인홀에서 ‘전라검무 복원 공연’을 개최한다.

전라검무는 전라감영 교방청에서 1700년대 이전부터 전승된 전라도 고유의 춤이다. 1749년 신광수의 문집인 ‘석북집’에 전라검무의 모습이 묘사되는 등 문헌 속에서도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동안 맥이 끊기는 아픔을 겪었고, 복원을 위한 여러 시도는 전승 계보 찾기의 어려움으로 한계에 부딪혀왔다.

이번 복원사업은 그동안 쌓아온 학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재연과정을 공유하면서, ‘전라검무의 원형’에 다가서는 자리로 의미가 깊다.

공연에 앞서 열리는 세미나는 ‘대한민국 검무의 또 다른 역사, 전라검무의 원형을 찾아서’를 대주제로 하며, 3개의 소주제로 세분화했다.

제 1소주제 ‘전라검무 복원 연구’의 발제는 이정숙(전북대 강사)가, 토론은 김은경(전북대 박사 과정)이 맡는다.

제 2소주제 ‘18세기 검무의 유행과 전주’는 허인욱 한남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토론자는 김산 전북대 교수다.

제 3소주제 ‘무형적 가치발굴을 위한 필수조건과 충분조건에 대한 재검토 – 전라북도 검무’는 송영국 백제예술대 교수가 발제를, 김미진 전북도민일보 부장이 토론을 맡는다.

공연은 두 개의 주제 ‘대한민국 검무를 만나다’와 ‘전라검무의 원형을 찾아서’로 꾸며진다.

‘대한민국 검무를 만나다’에서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궁중검무와 진주검무, 밀양검무가 무대에 오른다.

‘전라검무의 원형을 찾아서’에서는 송영국 백제예술대 교수와 문정근 전북춤전통연구원장(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2호 예능보유자)의 대담 ‘잊어버린 춤, 전라검무를 이야기하다’가 펼쳐지고 ‘전라검무(향제 전라교방검무)’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전라검무 복원 안무는 1970년대 초, 최선 선생으로부터 꺾여진 칼과 긴 칼을 가지고 추는 검무를 배운 문정근 문화재가 맡았다.

당시 배운 춤을 기반으로 정경태의 ‘국악보’에 나오는 검무의 동작과 법무의 동작 그리고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쌍검동작을 기반으로 검무를 구성했다.

이윤경, 김연실, 김나연, 문지윤은 전라도 정신이 살아있는 ‘민삼현음악’ 반주에 맞춰 마치 18세기에 전라감영과 한벽당에서 펼쳐지는 듯한, 아름다운 춤사위 속 서늘한 검술을 재연한다.

문정근 전북춤전통연구원장은 “전라도 천년의 중심 전라감영에서 전승된 전라검무는 우리 지역의 동작과 전통적인 동작 요소를 기반으로 검술의 원리를 이용한 검무”라며 “한동안 맥이 끊긴 춤사위를 복원해 전라감영에서 재연하기를 항상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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