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는 피시앤칩스(fish and chips)다. 그 인기는 영국을 넘어 미국이나 영연방에 속한 나라들에까지 뻗어 나갔다. 이 요리는 대구나 가자미 등 흰살생선 튀김에 길게 썬 감자 튀김을 곁들인 것으로 식초 소스에 찍어 먹는 게 보통이다. 19세기 잉글랜드 지방에서 탄생했는데 노동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어서 널리 보급됐다.

그런데 이 음식이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간 배경에는 철도가 있다. 철도가 놓이기 전 영국에서는 생선요리는 바닷가 사람들만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철도가 거미줄처럼 보급되자 바다에서 잡힌 생선들이 내륙 대도시로 신속하게 이동했고 그 결과 피스앤칩스라는 국민 음식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영국은 철도산업의 종주국이다. 1830년 개통된 리버풀-맨체스터 철도는 세계 최초의 장거리 여객철도이다. 그 이전 1825년 스톡턴-달링턴 철도가 먼저 개통됐지만 이는 화물전용철도였다.

이후 철도 부설 붐이 일어난 영국에서는 너도나도 철도에 투자를 해 많은 노선이 만들어졌다. 철도 버블이 일어난 것이다. 이 과잉투자로 망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살아남은 철도는 간선 철도망으로 자리를 잡았다. 1947년 빅4로 불리던 철도회사를 정부가 사들여 브리티시 레일을 창설했다. 국영 철도가 된 것이다. 그 뒤에는 영국 철도산업은 국유화와 민영화를 오가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오늘날 영국 철도산업은 1만5천811km의 길이에 대부분 구간을 네트워크 레일이라는 정부 산하 기관이 운영하는 체제다.

21일 영국 철도노조는 33년 만에 최대규모의 파업에 돌입해 전국 기차역이 텅비었다. 런던 지하철 노조까지 가세해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보도다. 철도 운행의 80%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는 물가급등에 따른 임금 인상과 함께 네트워크 레일이 계획하고 있는 감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회사 측은 노조 측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영국은 철도산업 종주국임에도 오늘날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 등에 비해 낙후된 시스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철화율이 30%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또 국유화와 민영화를 오가며 혼란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노조의 입김도 세서 운영 상 애로가 많다. 우리나라 역시 철도 민영화가 민감한 화두로 남아 있다. 영국 철도산업의 현재는 반면교사다. 이를 잘 분석해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진로를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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