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인력양성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속도를 내는 가운데 새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재차 제기됐다.

전국 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8개 단체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가 반도체 인력양성 전담부서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대학교육이 산업의 하부구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단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며 "지방과 수도권 간 불균형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불필요한 갈등만 조장하는 선후가 뒤바뀐 정책 추진"이라고 주장했다. 인재 양성의 정책적 고려는 학령인구 급감의 현실에서 대학 정원조정 계획하에 진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라며 전 부처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주문한 이후 그 파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한 지역 균형발전 역행에 대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강력한 우려로까지 확산한 상태다.

반도체 인력양성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조정을 필연적으로 일으키는데 이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손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태다. 수도권 소재 대학들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인구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있어 입학정원을 증원하기 위해선 이 법을 손봐야 하는데 이런 결정은 곧 지방이 우려하는 수도권 집중 완화의 시작일 수밖에 없기에 지역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우려에도 교육부는 이미 서울대 등 국립대와 서울 주요 사립대들에 향후 5년간 반도체 인재 육성과 관련된 교육·연구에 필요한 예산과 교육과정 등의 마스터플랜을 이달까지 제출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당내에 반도체 특위를 구성키로 하고 26일 특위 위원장에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내정하는 등 반도체 인프라 확충과 인력양성을 위한 국회 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이기도 하다.

심각한 반도체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인력양성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수도권 재집중으로 인해 지방소멸을 가속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은 분명 제고돼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새 정부의 진정성마저 의심할 만큼 고조되는 지역 반발을 무시해선 안 된다. 수도권 규제 완화. 그리 간단히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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