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진 소설가·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나는 귀촌한 후 대통령선거를 두 번, 국회의원 선거 한번, 지방선거 두 번을 했다. 그 선거를 치루면서 느낀 것이 진영논리라는 것이었다. 우리 지역에는 더 이상 생각해서는 안 되고 어느 당 후보를 뽑아야 하는 지역의 절대 선이 존재했다.
대통령 후보도, 도지사도, 군수도 심지어 도의원, 군의원까지도 다른 당 사람을 얘기하면 이단이 된다. 무조건 ‘어느 당은 옳고 그 외의 당은 틀렸다'고 했고 그렇게 나도 말해야 한 편이다.
안타깝지만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를 마치고 난 후의 우리 지역의 모습이 여전히 내 편의 사람들을 위한 정치에 매몰돼 있다. 선거를 할 때는 어느 선거나 몇 명의 후보자가 출마해 경쟁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람들이 누군가를 지지하고 선거운동도 한다. 나는 서울에 살 때 누구의 눈치를 보는 일 없이 내가 선택해 어느 후보든 자유의지로 지지하고 투표하며 살았다.
귀촌하고 처음 선거가 지방선거였는데 누구를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며 약속을 해달라고 했다. 친구가 말하는 그 사람이 아닌 다른 후보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러면 배신자라고 말을 한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선거가 끝난 후에야 우리 친구들 모임에서 누구를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후보자와 뜻을 같이하기로 한 사안였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선거 후 지역에서 당선자와 같은 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6월 2일 개표결과가 알려지던 아침 우리 지방의 표정이 지금도 떠오른다. 한쪽에서는 사물 치며 굿을 만들어 마을을 돌고 한쪽에서는 한숨을 푹푹 쉬며 풀이 죽어 있었다.
이번에 우리지역은 현직 군수가 낙선하고 보니 공무원들이 날벼락 맞은 듯 낯빛이었다. 심지어 명예직 지방자치장들도 물러나야 한다며 준비를 했다. 지역에서는 그만큼 당선인이 절대적이다. 당신인따라 자리들이 바뀌게 되니 당선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선인과 편이 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이번에도 당선인이 결정되자 사람들은 당선인의 학연, 지연, 혈연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금방 당선인과 인연의 줄을 연결해 당선인 지지세력을 만들었다. 원했든 아니든 지지그룹이 이렇게 만들어지면 당선인은 4년동안 그들을 챙겨가며 자기편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반대편 지지자였던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정치를 하게 된다고 알려진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보니 수십 년간 노하우를 가진 유능한 일꾼들을 쉽게 자르고 전문경험이 일천한 학자·시민운동가·세무사·언론인 등에게 감투를 씌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기면 부당하다고 지역민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지역이 한동안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지금은 7월 1일 취임을 앞두고 인수위를 구성해 새 판을 짜는 시기다. 전북도의회 박용근 의원은 지난 6월 20일 이런 성명서를 냈다. 김관영 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구성을 ”특정 지역 출신이 인수위를 장악하는 것은 결국 코드인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지적하며 “인수위원장, 부위원장, 새만금개발정창, 도정혁신단 TF 단장 등이 모두 군산 출신이고, 이 중 일부 인물은 도민의 공분을 샀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선인 입맛에 맞는 정책 내놓는 인수위 구성이 아닌 능력과 균형 있는 인사를 통해 전북 발전을 위한 균형추를 잡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주문이 도지사에게만 해당 된 것이 아니다. 각 지역 당선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주문이다. 유권자들이 도지사로, 시장으로, 군수로 뽑은 이유는 당선인들의 편이나 챙기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대가 있어서였다.
지금 살펴보라. 전라북도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고 또 각 시, 군의 현재도 인구소멸 등 난제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캄캄 상황이다. 그래서 당선인들은 지역의 난제들을 어떻게 풀고 지방의 희망을 만들지 문제를 풀 전문가는 누가 있는지 니편 내편 따지지 말고 진짜 일꾼을 찾아내 그들과 함께 지방의 미래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유권자가 바라는 4년은 내편을 위한 4년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4년이란 걸 가슴에 새기고 정치를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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