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운봉(雲峰)읍은 해발 450m 이상의 고랭분지로 늘 구름이 머무는 곳이자, 인간이 가장 살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정감록에는 운봉 동점촌(銅店杏村) 부근 100여리를 전국 10승지(十勝地) 중 네 번째로 꼽았다. 무엇보다 운봉은 남원시가 국악의 산실임을 입증하는 지역으로, 판소리 동편제의 발상지이자 끊임없이 밀려오는 왜구를 막아낸 호국의 고장이어서 운봉의 역사가 곧 남원의 역사이자 전북의 역사임을 입증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유래

운봉읍은 삼한시대(三韓)에는 변한(弁韓)의 영토였고 삼국시대에는 모산현(母山懸)으로 신라의 국경 요새지였다. 그 후 신라경덕왕 16년(757)에 운봉현(雲峰縣:일명 雲城)으로 개칭하여 천령군(天嶺郡:경남 함양군)의 속현(屬縣)이 되었다가 고려 태조 23년(940)에 남원부(南原府)로 편입되어 남면(南面), 북면(北面), 상도방(上道坊), 하도방(下道坊), 산내면(山內面), 동면(東面) 등 6개 방을 관할했다.

 

조선조에 이르러 숙종 34년(1708)에 남원부에 있던 전라좌영(全羅左營)이 옮겨왔고, 이어 고종 33년(1896)에 운봉현이 군(郡)으로 승격되어 군내면(郡內面)의 용산(龍山), 당월(當月), 북천(北天), 동천(東川), 서천(西川), 신기(新基) 등 6개 마을과 남면(南面)의 원평(元坪), 주촌(舟村), 봉곡(鳳谷), 신촌(新村), 가장(佳匠), 덕산(德山), 유평(柳坪), 행정(杏亭), 수철(水鐵), 공안(孔安), 용은(龍隱), 엄계(嚴溪), 삼산(三山), 교촌(校村), 산덕(山德), 준향(準香) 등 16개 마을, 서면(西面)의 여원(女院), 장치(獐峙), 장교(長橋), 연동(連洞), 가동(加洞), 권포(權布), 임리(林里), 매요(梅要), 가산(佳山), 양지(陽地), 화수(化水), 전촌(前村), 옥계(玉溪), 소석(小石) 등 14개 마을과 북상면(北上面:현재의 아영면), 북하면(北下面:현재의 아영면), 동면(東面:현재의 인월면), 산내면(山內面:현재의 산내면) 등 7개 면을 관할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운봉군(雲峰郡)이 4개의 면(面)으로 개편되어 남원군(南原郡)에 편입되었다. 그 후 1995년 1월1일 남원시ㆍ군의 통합으로 남원시 운봉면으로 되었다가 1995년 3월2일 면(面)이 읍(邑)으로 승격되어 주촌, 덕산, 공안, 행정, 산덕, 동천, 용산, 북천, 서천, 준향, 권포, 임리, 신기, 매요, 가산, 화수 등 17개 법정리, 33개 행정리, 42개 자연마을, 99개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 동편제 탯자리인 비전마을과 국악의 성지

예부터 운봉은 우리나라 3대 악성인 옥보고가 거문고를 크게 발전시킨 곳(운상원)이자 송흥록, 송만갑, 김정문, 이중화선, 박초월, 강도근, 안숙선 등 수많은 명인명창을 배출한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 송흥록에 의해 동편제가 창시되었으니, 그야말로 판소리의 성지이자 판소리 동편제 탯자리다.

 

그도 그럴 것이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은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인 국창 송흥록 선생이 태어난 곳이며 인간문화재였던 박초월(1916∼1984) 명창의 고향이다.

 

그러한 까닭에 비전마을에는 송흥록 생가와 박초월 생가가 그 시대 초가 형태로 2000년에 복원됐으며, 일상 속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 2015년부터 매년 ‘동편제마을 국악 거리축제’도 개최되고 있다.

 

이밖에도 운봉에는 우리 민족의 전통과 혼이 담긴 국악의 본고장이요 성지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을 모아 조성한 ‘국악의 성지’도 있다.

 

2007년 남원시 운봉읍에 개관한 국악의 성지는 악성 옥보고, 가왕 송흥록, 국창 송만갑, 국창 박초월등 49위의 국악선인 위패가 봉안된 곳이자 판소리, 농악, 기악, 전통무용 등 4개 부문의 역사를 집대성해 놓은 곳으로 국악전시 체험관, 독공실, 야외공연장, 국악인 묘역, 사당 등의 시설물로 이루어져 있다.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 음악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이곳에서는 명창 박초월·강도근 선생을 비롯한 주요 무형문화재의 유품과 거문고, 해금, 가야금 등 악기를 포함해 모두 5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어 남원을 찾는 가족단위 관람객과 단체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고 있다.

 

특히 국악의 성지에서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운봉읍에는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조선 건국의 단초를 만든 호국성지인 ‘황산대첩비지’도 있다.

 

△황산대첩비지

고려말 우왕 6년(1380년) 금강 입구인 진포해전에서 최무선 장군의 화포에 의해 배 500여척을 잃고 퇴로가 막힌 왜구가 아지발도를 괴수로 수천명이 경상도 지역을 우회하여 함양을 약탈하고 인월에 진을 쳤다.

 

삼도 도순찰사였던 이성계 장군이 황산대첩비지가 있는 지금의 운봉읍 화수리로 왜군을 유인해 섬멸했다. 고려 말 이성계(李成桂)의 황산대첩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비의 터가 황산대첩비지다.

 

운봉애향회가 이를 기념해 매년 8월 15일 황산대첩축제를 열어 전승을 기념했다가 최근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축제를 열지 않고 있다.

 

 

△ 아름다운 숲,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남원 운봉에는 특별한 숲도 조성돼있다. 2000년 개최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 부분 대상을 차지한 생명의 숲,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이 그것.

지리산둘레길 제1구간에 있는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은 약 1600㎡(500평)의 면적에 평균수령 200년 이상의 서어나무 100여 그루가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한 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어 남원만의 또 다른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춘향뎐>에서 춘향이 짙은 녹음 속에서 붉은 치마를 나부끼며 한 마리 나비마냥 그네를 타던 곳이기도 하며, 특히 숲속 기온이 늘 섭씨 1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여름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남원 운봉엔 생태와 생명의 보고를 나타내는 힐링지부터 국악의 산실을 입증하는 역사의 현장이 가득하다.

 

김수현 기자  ksh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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