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흔히 ‘고인돌의 왕국’이라고 부른다. 그 숫자나 다양성으로 보아 그럴 만하다. 전 세계 고인돌의 절반이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전 세계 고인돌은 약 6만기에 달하는 데 그중 3만여 기가 한반도에 있다고 한다. 국내에 있는 고인돌 종류를 보면 탁자식과 바둑판식, 개석식 그리고 위석식 등 여러 가지다. 게다가 특이한 형태의 고인돌도 많다. 초대형 크기나 바닷가 고인돌 등이 그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고인돌 문화가 대단하다고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강화도와 고창군, 화순군의 고인돌군이 2000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고인돌의 왕국답게 연구도 활발한 편이다. 고인돌이라는 이름 자체는 고고학자 한흥수가 지었다. 한자로는 지석묘라는 명칭을 쓰는데 주로 일본 학자들이 쓰는 이름이다. 
  고인돌을 둘러싼 학계의 논란은 여러 가지다. 우선 기원에 대해 한반도에서 시작돼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는 ‘자생설’에서부터 동남에서 해로로 우리나라에 전파됐다는 ‘남방 기원설’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로 왔다는 ‘북방기원설’ 등이 있다. 현재는 북방기원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인돌의 가치는 아주 높다. 원래 고인돌은 무덤이자 거석문화의 한 형태다. 청동기시대 초기 주로 지배층의 무덤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는 5천 년 전부터, 동아시아에서는 2천500년전부터 건설된 것으로 본다. 오래된 만큼 오래된 유물이 나온다. 마제석검이 대표적이고 비파형동검이나 토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고인돌에서는 암각화도 발견됐다. 평안남도나 황해도, 전남 등에서 나온 고인돌에는 별자리가 새겨진 것도 있다. 
  그런데 김해시가 그 상석 무게가 350톤인 세계 최대 구산동 고인돌을 훼손해 말썽이다. 김해시는 2020년부터 예산 16억여 원을 확보해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정비공사를 문화재청 협의 없이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포크레인을 동원해 땅을 파헤치고 박석을 빼서 보존처리 후 다시 박아넣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런 정비행위 자체가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가야의 왕도를 자처하는 김해시의 행위는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한반도 고인돌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유산이다. 그런데도 무모한 정비사업으로 그 귀중한 문화재를 망쳤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고인돌의 훼손은 심각하다. 서울 지역에서는 도시 개발의 확대로 거의 다 없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조경용이나 집 지을 때 주춧돌로 쓰이기도 했다. 이 마당에 지자체까지 나서서 훼손을 하니 이러다가는 고인돌 왕국이라는 명칭을 반납할 처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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