皇華臺
이춘구의 세상이야기

황화대 칼럼-105 백중절 합굿기절놀이 풍년제
 
  농경정착이 이뤄지면서 우리 민족은 정월 대보름과 7월 대보름, 8월 대보름 세 차례 명절을 쇠었다. 정월과 8월 대보름은 대체로 잊지 않고 민속놀이 등을 통해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7월 대보름은 대체로 망각된 채 사라지고 있다. 7월 대보름은 백중절이라고 한다. 벼농사와 관련해서는 세 차례 김매기를 하고 휴식을 취하며 하루 종일 노는 게 우리의 풍속이다. 복 더위 속에서도 김매기를 끝낸 농사꾼들은 벼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물 관리를 하며 수확 때까지 휴식을 취한다.
  백중절 놀이의 핵심은 김매기와 장원례와 술멕이와 합굿기절놀이이다. 농민들은 백중날 이전에 초벌?두벌?세벌김매기의 농사일을 마친다. 그래서 세벌매기라 한다. 술멕이는 세벌매기를 끝내고 여름철 농사일을 마치면서 호미를 씻는다 하여 호미씻이잔치(洗鋤宴)이라고 한다. 농민들은 마을 농사꾼 가운데 올해 최고의 머슴을 뽑는 장원례(壯元禮)를 행한다. 주로 부유한 지주의 머슴을 뽑아 술을 내도록 유도하고 온종일 가무음주(歌舞飮酒)를 즐긴다. 이를 술멕이굿이라고 한다.
  백중놀이판은 농기맞이와 합굿이 핵심이다. 각 마을의 두레꾼들은 농신기를 앞세우고 공터에 모여 농기맞이를 하고서 합굿을 즐긴다. 합굿은 세 동내의 두레농군들이 농신기를 앞세우고 한 곳에 모여 함께 풍농을 축원하는 굿놀이를 말한다. 마을의 두레꾼과 농악대와 농신기가 합해진다 하여 합굿이다. 합굿에는 공동체사회의 정신과 질서가 따른다. 농민들은 합굿에 앞서서 농신기를 앞세우고 신악(농악)을 울리며 농신에게 풍요다산을 기원하는 깃고사를 지낸다.
  8월 13일 전라감영에서는 이 같은 배경을 가지고 전북민속예술진흥회 주최로‘2022 백중절 전라북도풍년제’가 열렸다. 6개 시·군 농악단과 전주기접놀이보존회 등이 참여해 백중절 놀이 한 마당을 연출했다. 6개 시·군 농악단 등은 경기전 앞에 모였다가 전라감영까지 이동하며 길거리 풍물을 펼쳤다. 전라감영 선화당 앞 마당에서 이들은 전주기접놀이보존회와 합굿기절놀이판을 벌였다. 이들은 감영 내 회화나무 아래에서 농신고사를 지내고 풍년농사와 전북의 발전을 기원했다. 회화나무에서 농신고사를 지낼 때 농악단은 웅장한 연주로 하늘의 문을 여는 듯했다.
  선화당 마당으로 돌아온 시·군 농악단 등은 저마다 정성스럽게 이어오고 있는 풍물과 민속, 농요 등을 뽐내며 백중절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켜 갔다. 완주 구이농악단은 정제된 리듬 속에서도 웅장한 풍물로 축제의 문을 열었다. 진안 증평굿 보존회는 전라좌도 굿을 빠른 율동으로 풀어가며 청중들도 신명나게 어깨춤을 추도록 했다. 순창 금과들소리보존회는 모심는 농부가를 불렀다. 7막으로 구성된 농부가는 소리가 청아하고 힘을 느끼게 한다. 익산 삼기농요보존회도 김매는 소리를 구성지게 구사해 백중절 잔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무주 굿농악단은 전라좌도 굿을 힘차게 연출했다.
  백중절 놀이의 정점은 합굿기절놀이이다. 전주 기접놀이보존회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쓴 농기와 용을 그린 용기, 영기 등을 앞장세우고 풍물패 풍악에 맞춰 기절놀이를 한다. 용기의 크기는 폭 3미터, 길이 5미터이다. 기주는 대나무를 사용하며, 길이는 8미터, 지름은 20센티미터 정도이다. 놀이꾼들은 힘차게 용기를 위 아래로 흔드는데 마치 살아있는 용이 하늘을 뚫고 승천하는 듯하다. 놀이꾼들은 또 엄지손가락 위에 용기를 올려놓고 노는 등 능수능란하게 묘기를 펼쳐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여러 풍물패, 관객들도 함께 어우러져 대동합굿으로 백중절 놀이의 대단원을 장식했다.
  2022 백중절 기절놀이는 전라감영에서 처음으로 열린 축제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송화섭 중앙대학교 교수의 기획, 최무연 전북민속예술진흥회장의 실행력, 조진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의 진행 등이 조화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축제를 진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여러 풍물패 잡색들의 장점을 살리고,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으로 기절놀이를 확대 실시하는 등 개선책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백중절 합굿기절놀이와 같은 마을굿을 살리는 것은 우리 민족의 혼을 살리는 일이다. 공동체 문화를 부활시키며, 공동체 붕괴를 막을 것이다. 마을굿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하나가 되는 매개체로서 우리 앞에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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