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가 태국 내에서 소수(0.5%)임에도 종교적 활동에서 자유를 누려왔고, 또 오랜 세월 그들의 불교도 형제자매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지난 2019년 11월 ‘불교의 나라’ 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말이다. 그는 태국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입국해 태국 총리를 만난 데 이어 방콕 시내 한 불교사원을 찾았다. 거기서 태국 불교 최고지도자인 솜뎃프라 마하 무니웡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교황이 가톨릭이 아닌 타 종교에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모두 타 종교를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교 간 극한 갈등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나 테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오랫동안 유혈의 대립을 계속해왔다. 종교학자 밀러 잉거는 종교적 분쟁지역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종교적 차이에 계급과 인종 간 갈등이 더해지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진다고  보았다. 
  이런 맥락에서 교황은 전 세계를 돌며 대승적 차원의 종교 평화 내지 화합을 추구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종교간 갈등이 적은 나라다. 전통 종교인 불교를 비롯해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유교, 민족종교, 천도교 등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종교 간 갈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이나 중동처럼 유혈사태로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슬람교가 들어와 상황은 좀 복잡해졌지만 그래도 분쟁의 강도는 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개신교의 배타주의가 심한 편이라는 진단이다. 이슬람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불교와도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다. 심지어는 천주교와도 거리를 두고 있다. 
  ‘예수는 보살’이라는 발언으로 이단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기독대 손원영교수가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이단과 무관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교단 측은 지난 11일 손 교수를 불러 이단 논란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최종적으로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해졌다. 그는 ‘예수님은 육바라밀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손교수는 이에 대해 ‘불자의 언어로 예수를 나타내는 말을 찾다 보살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지난 1986년 출범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선언문 한 대목을 읽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종교는 최고의 가르침으로, 나를 비워 너를 품는 ’사랑‘, 이웃의 기쁨은 늘리고 아픔은 줄이는 ’자비‘, 내가 서고자 할 때 남을 먼저 세우는 ’인(仁)‘,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는 행위(人乃天)는 우리가 따라야 할 최고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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